평양국제공항 영접 행사..金, 부인 리설주와 동행 파격 "열렬히 환영" 플래카드 걸어
21발 예포 발사 원수급 의전..시민과 일일히 악수로 화답, 숙소 가는 길은 카퍼레이드
21발 예포 발사 원수급 의전..시민과 일일히 악수로 화답, 숙소 가는 길은 카퍼레이드
【 평양·서울=공동취재단 윤지영 이태희 기자】 18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하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직접 영접에 나서는 등 앞선 남북정상회담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 환대로 '최고 예우'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金 위원장, 곳곳서 文대통령 '최고 예우' 의전
이날 평양국제공항은 문 대통령 부부 도착 20여분 전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었다. 북한 국기와 통일기(한반도기)를 든 평양시민 수천명과 300여명의 의장대는 일찌감치 공항에서 문 대통령 부부의 도착을 기다렸다. 주민들 뒤에는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 '평양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이 써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김 국무위원장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도 문 대통령 맞이에 분주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능오 평양시 노동당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등은 미리 공항에 도열한 채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오전 9시50분께 문 대통령 부부가 탄 전용기가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긴장감은 '기대감'으로 변했다. 특히 오전 10시6분께 김 위원장 부부가 공항터미널 청사에서 나오자 마중나온 북한 시민들은 "평화"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갈색 인민복을 입은 김 국무위원장과 남색 재킷에 검은색 치마 정장을 입은 리설주 여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문 대통령의 전용기 앞까지 걸어갔다.
오전 10시9분께 전용기 트랩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 부부는 환한 미소로 김 위원장 부부와 관계자,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5·26 남북정상회담 이후 4개월여 만에 만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퍼스트레이디 외교로 주목받았던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도 웃으며 악수를 한 뒤 대화를 했다.
문 대통령 부부를 마중나온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는 21발의 예포 발사와 국가 연주 등 국가원수나 원수급에 준하는 공항 의전행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당초 두 정상은 각각 다른 차에 탑승해 평양국제공항을 떠났지만 평양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서성구역 버드나무거리부터 두 정상은 무개차(지붕을 접었다 펼 수 있거나 아예 없는 자동차)에 동승해 평양시민에게 인사했다. 카퍼레이드에 참여한 수만명의 평양시민은 길게 늘어서서 인공기와 통일기, 조화로 만든 꽃술을 흔들며 '조국통일'을 외쳤고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카퍼레이드 도중 무개차에서 내려 일부 시민과 악수를 나누는 등 남다른 '소통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카퍼레이드로 두 정상은 영빈관 예상 도착시간(11시)보다 19분 늦은 오전 11시19분께 도착했다.
■'DJ-김정일' 감동 재현
김 위원장은 이날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국제공항에서 직접 문 대통령을 맞아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영접보다 더 큰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2000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부인인 김영숙 여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김대중 대통령 부부를 공항에서 맞이했었다. 이번 영접은 과거보다 더 돈독해진 '남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의장대 사열도 더욱 격식을 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장대 행사는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 때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의장대는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등 국가원수나 원수급에 준하는 '최고 예우'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이 한 차량에 타고 숙소까지 이동한 것을 두고 사실상 '1차 미니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역시 별도 수행원 없이 차량에 동승한 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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