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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새로운 여정] 김정은, 文대통령 '덕' 강조..북미대화 중재 요청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8 21:08

수정 2018.09.18 21:08

文대통령, 북미- 남북-한미관계 시험대 위에 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서울=공동기자단 조은효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지난 6월 북·미 정상간 역사적 만남이 문재인 대통령 '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이다. 첫 평양 방문에 나선 문 대통령의 중재행보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北美 정상, 文대통령 역할 강조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역사적인 조미(북·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며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북·미 대화를 문 대통령의 공(功)으로 돌리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설득해 달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달 5일 특사단 방북 당시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 대해 "인색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터(수석 협상가)가 돼서 역할 해 달라"며 북·미 대화 중재역할을 요청했다. 북·미 정상 모두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 즉 대화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표면적으로는 문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표현이지만 북·미 관계를 풀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만일 이번 중재행보가 실패로 귀결될 경우,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나아가 한·미 관계는 모두 좌표를 잃고 흔들리게 된다. 문 대통령으로선 시험대 위에 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대해 합의문이나 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형식적 결과물이 아닌, 북·미 설득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역지사지' 키워드
문 대통령은 방북 직전 북·미 비핵화 촉진을 위한 중재안의 키워드로 '역지사지'를 꼽았다. 역지사지는 11년 전 상황과도 오버랩된다. 2007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희망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평양에서 만나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역지사지' 하는 자세가 불신의 벽을 허무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미 간 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서로 간에 깊이 쌓인 불신을 털어내고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과 진심을 다한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 간의 불신을 털어내야 한다."(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는 베일에 싸인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가늠케 한다. '북한의 핵리스트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동시에 단계적으로 맞바꾸는 빅딜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색한' 반응을 답답하다고 토로한 만큼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지난 5일 제시했던 미·북 대화 중재안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시 특사단은 '시한이 명시된 북측의 비핵화 초기조치 확약→종전선언 채택→약속한 시일 내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행'의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창의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며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 일정 정도의 의사를 갖고 대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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