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노래방 도우미, 손님 강간상해죄 고소→상해죄 기소·무죄된 사연은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9 14:03

수정 2018.09.19 14:36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20일 새벽 A씨(37)는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 B씨(33·여)와 약 2시간 동안 함께 지내다 인근 모텔에 갔다. A씨는 B씨와 모텔에서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안주를 먹고 이야기를 나눈 뒤 B씨가 집에 간다고 하자 그의 팔을 붙잡고 폭행을 가한 혐의로 피소됐다.

B씨는 고소장을 통해 "모텔에서 반항하자 팔을 비틀어 화장실 문 등에 부딪히게 하고 옷을 찢어 상해를 가했다"며 "심지어 화장실에 가겠다는 요구를 묵살해 옷을 입은 채 대소변을 보게끔 했다"고 주장했다.

■강간 및 상해 혐의로 고소
이어 "A씨가 성관계를 해야 집에 보내준다고 했고 '이대로 폭행을 당하면 큰일날 것 같다'는 생각에 반항하지 않았다"며 "A씨가 내 몸을 씻겨준 뒤 다시 방으로 데려와 강간했다"고 전했다.

B씨는 온몸에 통증이 심해 같은 날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은 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A씨를 강간 및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B씨의 말이 번복된 점 △B씨가 합의하고 고소취소장을 제출한 점 △B씨가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인정한 점 등으로 인해 A씨는 상해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자와 합의해도 상해 혐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검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기소될 수 있다.

검찰은 팔이 골절된 상황에서 성관계를 한다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B씨는 검찰이 성관계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추궁했지만 참았다고 증언했다.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유지현 판사)은 A씨에게 상해 혐의는 무죄, 폭행 혐의는 합의한 점을 들어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수사기관에서 사건 당시 왼쪽 손목이 많이 부어올라 손을 움직이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지 못했다고 했는데, B씨가 A씨와 성관계를 마친 후 혼자 샤워를 하고 옷도 혼자 입었다"며 "수사보고에 첨부된 CC(폐쇄회로)TV영상도 B씨가 모텔에 나서면서 왼손으로 문을 닫고 가방도 왼손으로 들고 나가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판시했다.

■진술 일관성 및 신빙성 낮아
이어 "B씨는 사건 당시 왼쪽 손목이 골절돼 많이 아픈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그러나 성관계 당시나 성관계 후 먼저 모텔에 나설 때까지도 A씨에게 손목이 아프다는 등의 표현을 전혀 한 적이 없고 더 나아가 영상에도 불편해하거나 아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모텔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샤워하고 성관계까지 하면서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이르는 팔안쪽 대부분에 있는 멍자국을 전혀 몰랐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증인신문에서 답변을 번복하거나 구체적인 답변을 못하는 점도 B씨 진술의 일관성 및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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