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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비핵화에 물꼬 튼 文·金 평양선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9 16:39

수정 2018.09.19 16:39

'유관국 참관하 폐기' 진전 완전한 비핵화 과제로 남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이 풍성한 화제와 함께 긴 여운을 남겼다. 18일 21발의 예포 속에 두 정상이 순안공항에서 포옹하면서 시작된 만남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문으로 결실을 맺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적대 종식과 핵 위협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합의가 우선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언질도 다행스럽다. 정례적 정상회동 그 자체가 선언문 이상으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일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두 정상은 이날 회견에서 한반도를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천을 담보할 설계도가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평가된다. 이를테면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간 내에 개소한다는 데 남북 구성원 누가 반기지 않겠나.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차원에서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겠다는 의욕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완화, 북한 비핵화 등 3가지 의제가 톱니바퀴처럼 순조롭게 맞물려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느낌도 든다. 애초에 문재인정부가 남북 경협과 관련,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라며 기대 수준을 낮춘 배경이 뭔가. 남북 간 아무리 그럴싸한 합의가 나오더라도 그 실행은 북한 비핵화 때까지 유보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에게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약속을 받아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물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겠다는 북측의 제안은 긍정적이다. 특히 유관국 전문가를 참관시키겠다는 대목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쇼' 때에 비해 진일보한 언급이다.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용의를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김 위원장이 핵사찰 허용에 합의했다"며 "앞으로 미사일과 핵 실험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을 법하다.

하지만 이 역시 앞으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핵 동결선언일 뿐이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원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ID)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우리로선 추후 남북 간 협의를 통해 북측에 기보유한 핵 능력에 대한 신고 리스트를 내도록 설득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그래야만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해 북핵 문제를 매듭짓는 길이 트일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진정성이 관건이다. 그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남북 경협에 적극성을 표시했다. 그러나 시늉만의 비핵화로 트럼프 정부, 특히 미국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평양 중심가에서 두 정상의 카퍼레이드 등 화려한 의전과 덕담이 오간 회담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도 북핵 문제는 민족 내부 이슈이자 국제적 어젠다란 이중성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놓고 러시아와 격돌하는 등 북·중·러 3각동맹이 부활할 참이다.
혹여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추이가 엇박자를 내면서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을 빚지 않도록 유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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