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병역면탈은 '자승자박'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10

수정 2018.09.20 18:43

[특별기고] 병역면탈은 '자승자박'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는 말이다. 당장에 닥친 어려움이나 현실의 곤란함에서 벗어나고자 잔꾀를 낸 것이 도리어 자신을 구속해 괴로움을 당한다는 뜻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역 또는 군역은 그 어떤 것보다도 과중한 부담이고 의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 외적의 침략에 대비하고 유사시 이를 방어하고 지켜냄으로써 국가를 수호해야 할 불가피한 책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막중한 의무이고 도리이기에 대다수 국민은 생명의 위험을 감내하면서도 내 가족,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명령을 회피하려고 스스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병역을 감면받으려는 사람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무거운 사회적 책임감마저 느끼게 된다.
오로지 일신의 안녕만을 위해 병역을 면탈하려는 행위는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결국에 평생 자신을 옭아매는 멍에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병무청은 2012년 4월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 병역면탈이라는 불법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병무청 특사경은 병역면탈 범죄자 300여명을 적발, 검찰에 송치하는 등 편법과 반칙행위를 바로잡아나가고 있다.

면탈범죄의 주요 유형은 고의 체중 증·감량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정신질환 위장, 고의 문신, 안과질환 위장, 학력 속임 순이었다. 그중 최근 사례로는 서울 소재 모 명문대 성악가 출신 선후배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공모, 체중증량으로 병역을 면탈하려 한 사례가 있었다. 이들은 단백질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하거나 신체검사 당일 알로에를 과다 섭취하는 방법 등으로 체중을 늘려 현역 복무를 회피하려다 적발됐다.
이외에도 신체 일부에 지점토를 부착해 고의로 체중을 늘리거나, 머리 위에 보형물을 얹고 긴 머리카락으로 덮어 키를 높인 사례, 부모와 함께 살았으면서도 고아로 위장하거나 처와 계속 동거하면서 위장이혼을 하여 가족 숫자를 속여 생계곤란으로 면제받은 사례 등 종류와 방법도 다양했다.

병무청 특사경은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되고 다양해지는 병역면탈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과수와 법무연수원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자체 수사사례 공유·분석을 통한 현장대응력 향상 등 수사역량 강화를 통해 신종수법 등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정병역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병무청 특사경은 병역면탈의 모든 꼼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면탈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편법과 반칙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공정병역 문화풍토를 확산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찬수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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