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법조인은 워라밸 할 수 없을까


지난 9월 초 충남 천안의 30대 중반 남자 검사의 과로사 추정 사망소식이 보도됐다. 밤 10시쯤 퇴근하고 나서 동료 검사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 중 자택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로사로 추정하는 기사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과로할 정도의 업무량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2010년 발생한 다른 30대 강력부 검사의 사망사건이 떠오른다. 퇴근 후 예비장인과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다 급사해 유족들은 과로사를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법원은 "사망한 검사가 강력부 담당으로 업무처리가 많았다고 추정된다"면서도 "사망 1개월 전 근무시간이나 동료 검사의 근무시간을 비춰보면 돌연사에 이를 정도로 과중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13년이나 지금이나 검사의 과로에 대한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 회사원들이 밤 10시까지 야근하고 회식 후 사망했다면 과로사할 정도의 업무량이 아니었다고 해당 회사에서 이야기했을까. 동료 회사원들의 근무시간과 비교해서 과중한 것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을까. 검사의 몸은 일반 회사원보다 더 강인하고 스트레스도 더 잘 견딜까. 과로사에 노출돼 있는 것은 검사만이 아니다. 2015년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인 30대 젊은 판사의 과로사 소식이 있었다. 해당 판사는 재판업무뿐 아니라 교육업무와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어 사망 3주 전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지만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많았다.

변호사 과로사는 판사, 검사만큼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년 과로로 숨진 변호사의 소식이 들려온다. 대한변협은 연이은 변호사 과로사가 발생하자 2017년 성명을 내고 대형로펌들이 고용변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대형로펌 고용변호사들이 일상적으로 평일 새벽 3~4시까지 야근에 시달리는데도 다음 날 오전 9시면 출근해야 할 뿐 아니라 주말근무도 다반사여서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주52시간 근무 시대다.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이 이 시대의 키워드다. 하지만 매년 과로사를 경험하고도 법원, 검찰뿐 아니라 재야 법조계는 아직 변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게임회사에 근무하던 개발자의 과로사가 이어지고, 해당 과로사를 산재로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온 후 게임업계의 잘못된 노동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정치권, 노동계 그리고 게임회사 스스로의 노력으로 게임회사들의 근무환경은 변하고 있다. 해당 게임회사뿐 아니라 다른 게임회사들도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사회 기득권층이니 일반 회사원처럼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과로사한 사람들이 30대 젊은 법조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법조인들이 사망하거나 건강 문제를 가진다는 것은 그 직업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지나치게 바쁘면 사건 당사자에게 매우 중요할 각 사건에 진지한 고민을 담기보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사무적 처리로 흐를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량에 짓눌리는 판사, 검사 수를 늘리고 워라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야간, 주말, 휴가 중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전화나 e메일로 연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휴식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휴식도 존중하는 것이다. 법조인들에게도 주52시간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정하고 법률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