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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첫발 내디딘 삼성… 생명, 전자지분 처분할까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21:13

수정 2018.09.20 21:13

삼성SDI 정리 후 5개월만 文정부 재벌구조개혁 화답
아직 완전 구조개선 어려워 금산분리·보험업 등 걸림돌.. 명확한 해법 못찾은 상황
지배구조 개선 첫발 내디딘 삼성… 생명, 전자지분 처분할까

지배구조 개선 첫발 내디딘 삼성… 생명, 전자지분 처분할까

삼성이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정리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면서 난마처럼 얽힌 지배구조 개선에 실타래를 풀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를 삼성이 사회와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과 정부의 재벌개혁에 화답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금산분리법, 보험업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삼성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사실상 가로막는 규제법안들이 널려 있는 만큼 완전한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분석이다.

■5개월 만에 약속지켰다

20일 재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각각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261만주와 500만주를 처분키로 했다. 매각 후 두 회사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0%가 된다.

이번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지분 정리는 지난 4월 예상됐던 수순이다.
삼성은 지난 4월 삼성SDI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지분 404만2758주(2.1%) 처분을 발표하면서 기존 7개였던 순환출자 고리 중 3개를 없앴다. 이에 따라 삼성의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생명→화재→물산', '삼성물산→생명→전자→전기→물산', '삼성물산→생명→화재→전자→전기→물산', '삼성물산→전자→전기→물산' 등 4개로 축소됐다.

삼성은 삼성SDI 지분을 정리하면서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남은 4개 고리를 연결하는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지분을 연내 처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실제로 삼성이 이날 두 회사의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서 삼성SDI 지분 정리 이후 5개월 만에 약속을 지키게 된 셈이다. 사실 현행법상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할 의무는 없다. 공정거래법 9조2항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지만 기존 출자 고리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삼성 관계자는 "4월에 삼성SDI 지분 정리 시 약속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완전히 마무리하게 된 것"이라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축소 등에 이어 순환출자 고리까지 완전히 끊은 건 재벌개혁에 사활을 건 문재인정부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차원"이라며 "아울러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험로

이번 순환출자 고리 완전 해소로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한걸음을 또 내디뎠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가 요구하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해법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며 지배구조 개편의 선제적 조치를 단행했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 보유지분 한도는 10%로 제한되는데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주주 환원 차원에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완료하면 두 회사의 보유지분이 10.4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블록딜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자사주 소각 이후에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9.9%로 낮춰지게 된다.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가시밭길이다. 현재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최대 복병이다. 이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현행 취득가 기준이 아닌 시장가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토록 규제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20조원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금융감독이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자본적정성 평가에 대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 지배구조의 해법으로 제시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은 삼성생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주사를 지배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삼성 특혜법'으로 반대에 부딪혔다"며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 노력에도 명확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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