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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 돈 더 안쓴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6 16:30

수정 2018.09.26 16:30

유가·농산물값 상승 이어 부동산 가격까지 급등
소비심리는 갈수록 악화
체감물가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 돈 더 안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체감물가는 오르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크게 오른 것은 물론,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도 높다. 소비자물가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지만 부동산가격도 오르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소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소비위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에 그친 것에 비하면 0.8%포인트 높다.


신선식품지수는 채소, 과일 등이 포함된 지표로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식품류뿐만 아니라 높아진 유가도 체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보면 지난해 8월말 배럴당 49.67달러에 그쳤지만 지난달말 가격은 배럴당 75.16달러로 51.3%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기름값도 상승하게 된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은 이날 현재 리터(L)당 1650.11원을 기록했다.

체감물가가 오름세를 보이지만 소비에 적극적인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소득은 늘지 않고 있다. 지난 2·4분기 기준 가계소득 증가율을 보면 4.2%로 지난 2014년 1·4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소득으로 나눠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7.6%나 감소했다. 소득 2분위(하위 20~40%)와 소득 3분위(하위 40~60%) 가계 소득도 각각 2.1%, 0.1% 줄었다.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소득까지 감소하면 소비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득증가 없이 (체감)물가가 오르게 되면 실질구매력이 감소하고 소비여력도 준다"며 "예컨대 100만원 소비하던 가구는 물가가 올라도 100만원을 소비하겠지만, 같은 100만원을 소비하더라도 살 수 있는 물량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한 부동산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두 가지 경로로 소비에 영향을 준다. 먼저 주택을 가진 고소득층에는 자산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무주택 서민들은 높아진 주거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상승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부동산가격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부동산가격이 자산을 늘리고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보다는 주거비 부담을 키워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자산효과에 의한 소비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무주택자가 전체의 45%가 되는 상황에서 주거비가 높아지면 절반에 가까운 가계의 소비는 후퇴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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