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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량 동결, 공급과잉 재발 우려했기 때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6 16:33

수정 2018.09.26 20:49

WSJ 보도 美 증산 압박 있었지만 시장전망 어두운 점 고려
유가, 4년만에 최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증산 예상을 깨고 산유량 동결을 결정한 것은 2014년과 같은 공급 과잉이 재발할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주말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앞서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는 증산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OPEC은 "시장이 필요로 할 경우 증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예상을 깬 동결 소식에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이에 굴복한 사우디가 증산 결론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우디는 회의에서 회원국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오는 11월 4일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석유 수출 금지 조처에 나서는 미국이 증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론이 난 것은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한 OPEC 사무국의 보고가 결정적이었다.

OPEC 사무국은 각료회의에 제출한 연례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 세계 석유수요가 8월 산유량보다 하루 60만배럴 적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석유 소비국들의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도 이보다 낙관적이기는 하지만 공급과잉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IEA는 내년 상반기 석유숭가 지금보다 하루 10만배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OPEC 사무국은 이같은 수치들을 바탕으로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에게 "지나치게 빨리 증산에 나서면 공급과잉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신호를 전달했다.

OPEC에서 유가 붕괴 우려가 재발한 것이다. OPEC은 2014년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자 사우디 주도로 증산에 나섰고, 유가 하락 속에서도 유가 하한선은 없다고 못박았다.

증산으로 하락세를 타던 유가는 하한가마저 없다는 OPEC 결정에 35달러까지 폭락했고 전세계 석유재고는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OPEC과 러시아 등은 2016년 10월 말 산유량 급감을 결의했고, 공급과잉이 서서히 해소되면서 지난 4월에야 석유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이뤘다는 OPEC의 판단이 나왔다.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석유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증산에 나설 경우 가까스로 진정시킨 시장 균형을 다시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예상을 깬 동결 결정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런던시장(ICE)에서 이날 11월물이 배럴당 전일비 30센트(0.37%) 오른 81.50달러에 거래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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