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농촌의 해결사 ‘농업인행복콜센터’



길지만 짧은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5일간의 휴식이 길어 보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지가 그간 못 다한 정을 나누다보면 짧은 연휴가 야속하기만 하다.

필자는 이번 추석에 고향을 방문했다. 내려가는 길에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황금 들녘과 마을 입구마다 걸려 있는 많은 환영 현수막을 바라보며 농업·농촌의 소중함과 농업인의 따뜻한 정을 새삼 느꼈다. 고향에 계신 농업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분들은 항상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환영하면서 정겹게 맞이할 마음의 그릇을 키워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추석 연휴 동안에는 평소 조용했던 고향 마을에 활기가 넘쳐났다. 낮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러 가거나 이웃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저녁에는 가가호호 친지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불이 꺼지지 않았다. 우리 농촌만이 가지고 있는 정겨운 풍경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예전에는 명절뿐 아니라 일 년 내내 활기가 넘치던 농촌이었는데'라는 회상에 잠시 잠겨본다.

명절이 끝나 자녀들이 돌아가고 난 농촌에는 다시 어르신들만 남겨진다. 도시화와 고령화가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다. 1970년 1442만명으로 국가인구의 46%를 차지하던 농가인구는 2017년 전체 인구의 4.7%인 242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242만명 중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43%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제는 환갑이 지난 60대 농업인에게 '한창 일할 장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의 고령 농업인은 흔히 노년의 네 가지 어려움(四苦)이라고 하는 '외로움(孤獨苦)' '아픈 몸(病苦)' '가난(貧苦)' '일거리 부재(無爲苦)'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이에 농협은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고, 생활불편도 해소해드리고자 지난해 9월 21일 '농업인행복콜센터'를 설립했다. 행복콜센터에는 전담 상담원을 채용해 어르신들과 매월 5000건 이상의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고, 사소한 생활불편 문제 해결도 도와드리고 있다. 그리고 전용전화기도 공급해 단축버튼 하나만 누르면 즉시 상담이 가능하도록 편리성을 높였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인 결과 처음에 1만2814명으로 시작한 돌봄어르신이 1년 만에 4만5094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농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행복콜센터와 연계된 현장지원단을 설치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일들은 농협에서 직접 처리하고 있다.

111년 만의 유례없는 폭염을 기록했던 올여름에는 상담원들이 야간 연장근무를 하며, 농촌 어르신들의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했다. 8월에는 온열질환과 저혈당 증상을 호소하는 어르신의 연락을 받고 구급대원과 가족에게 수차례 연락해 신속하게 병원에 이송되도록 돕기도 했다. 지난 9월 14일에는 이런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농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찰청과 협약을 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경찰관이 농촌 어르신 안전에 함께 나서준다면 농촌 어르신 치안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땅의 고령 농업인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묵묵히 뒷받침하고, 5000만 국민의 생명창고인 농업·농촌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성장의 주역들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들 안부전화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 1주년을 맞은 농업인행복콜센터의 연락이 아들딸의 전화와 같은 기쁨으로 농촌 어르신에게 전달되어 고달팠던 이분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고대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