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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제5000호 발간, 다시 정론을 다짐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7 16:33

수정 2018.09.27 16:33

열여덟해 석달 닷새 걸려..거친 언론환경 딛고 우뚝,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
열여덟해 석달 닷새가 흘렀다. 지난 2000년 6월 23일에 창간한 파이낸셜뉴스가 오늘(9월 28일) 제5000호 신문을 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남한테 대놓고 자랑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보다 더 오래된 신문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파이낸셜뉴스 기자와 임직원들에겐 뿌듯한 숫자다. 거친 언론 환경 속에서 신생 경제신문이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제5000호 발행은 '퍼스트 클래스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가 큰 매듭을 짓는 순간이다.

돌이켜 보면 큰일이 참 많았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온 나라가 땀을 흘릴 때 창간의 돛을 올렸다. 2008년엔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댔으나 한국 경제는 잘 버텼다. 문재인정부 들어선 고질병 양극화를 고치느라 애쓰는 중이다. 우리 경제가 예전의 생동감을 잃었다고는 하나 넓게 보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도 극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2007년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벌써 세번이나 만났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선 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성실한 파수꾼으로서 이 모든 순간을 독자와 함께하려 노력했다. 고백하건대 한때 신문사의 생존이 위협받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2002년 5월 전재호 사장(현 회장)이 신문사를 인수한 뒤 경영이 안정을 찾았다. 이후 파이낸셜뉴스는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모든 역량을 좋은 신문 만들기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특히 파이낸셜뉴스는 포럼과 컨퍼런스를 통해 경제의 신조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금융포럼은 '베스트 포럼 인 아시아'의 위상을 굳혔다. 지난달 16회 행사를 치른 서울국제A&D컨퍼런스는 국내 대체투자와 파생상품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7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행사에선 메이저 언론 스폰서로 블록체인 기술 혁신에 힘을 보탰다. 또한 보험, 회계, 정보통신, 신약, 유통, 식품, 문화콘텐츠, 인구, 통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이낸셜뉴스는 활발한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당랑규선(螳螂窺蟬)이란 고사가 있다. 사마귀가 매미를 엿보느라 정신이 팔린 나머지 참새가 자기(사마귀)를 잡아먹으려 하는 걸 몰랐다는 이야기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바람에 더 큰 걸 놓칠 때 쓰는 말이다. 2000년대 들어 언론 환경이 급변했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을 알렸다. 스마트폰 없인 살 수 없는 세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가 마치 사마귀·매미·참새처럼 뒤얽혔다. 파이낸셜뉴스도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걸맞은 뉴스 공급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다만 눈앞의 이익을 다투기보다는 긴 시야에서 독자들이 바라는 참뉴스를 생산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파이낸셜뉴스는 모나지 않은 정론, 기업과 함께 성장, 기독교 사랑 구현을 사시(社是)로 삼는다. 앞으로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론지, 자유시장경제를 대변하는 경제지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텀페이퍼 논문 공모전과 같은 공익사업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제5000호 신문을 내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독자 없는 5000호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제 파이낸셜뉴스는 2년 뒤 창간 20주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약관(弱冠) 스무살은 바야흐로 세상을 향해 뜻을 펼칠 나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아직 젊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신문이다. 부족한 점은 하나씩 채워갈 것이다.
독자들의 따끔한 질책과 격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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