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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시들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 접는게 낫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30 16:09

수정 2018.09.30 16:09

예산·참가기업수 모두 줄어
관제론 한계, 시장에 맡겨야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시들하다. 오는 10월 7일까지 열흘간 일정이 잡혔지만 정부도 기업도 의욕이 없어 보인다. 전년에 비해 예산도 줄고 참가기업 수도 줄었다. 행사기간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로 단축됐다. '코세페'는 3년 전 출발 때부터 말이 많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관제 세일 행사가 과연 적절한가를 놓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코세페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주최한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행사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

코세페가 출범한 뜻은 좋다. 2015년 6월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가 푹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뚝 끊겼다. 그러자 박근혜정부는 내수를 촉진한다며 10월에 2주간 '코리아 그랜드 세일' 행사를 펼쳤다. 행사는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했다. 이듬해인 2016년엔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이름을 바꿔 한달 남짓 진행됐다. 2017년엔 문재인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역시 한달 남짓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참가기업.기간이 다 줄었다. 내년 예산은 더 적게 책정됐다. 이럴 거면 굳이 코세페와 같은 관제 행사를 지속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코세페가 벤치마킹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적어도 수십년 전통을 자랑한다. 해마다 11월 하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바로 이튿날이 블랙프라이데이다. 통상 이날부터 성탄절.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그 덕에 기업 수지가 일시에 적자에서 흑자(Black)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란 이름이 붙었다. 예전엔 월마트, 메이시, 시어스, 베스트바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성황을 이뤘다면 요즘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매장이 붐빈다. 블프는 100% 시장 자율로 뿌리를 내렸다. 미국 정부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중국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솽스이(쌍십일.11월11일.예전 광군제)도 관제 행사와는 거리가 멀다. 알리바바는 해마다 이날을 겨냥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다. 빛의 속도로 처리하는 모바일 결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총동원한다. 지난해엔 단 하루에 28조원 매출을 올렸다. 225개국에서 6만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애플, 샤오미, 유니클로, 나이키는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도 중국을 뺀 해외 국가 중 매출 5위에 올랐다.

자본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물론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관제 세일 행사는 없다. 소비를 진작하려는 뜻은 좋지만 방법이 틀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코세페는 접었으면 한다.
대신 세일은 시장에 맡겨라. 정부는 훼방만 놓지 않으면 된다. 정부는 올해 코세페에 예산 34억원을 쓴다.
단 한 푼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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