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젊은이 앉아 가고, 어르신 서서 가고… 불편했던 추석열차의 추억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1 17:26

수정 2018.10.01 17:47

기차 안 디지털 소외 진풍경..노인들 디지털에 뒤쳐져 정보화교육 복지차원 넘어
사업적 차원에서 풀어내야
젊은이 앉아 가고, 어르신 서서 가고… 불편했던 추석열차의 추억


#1 김수나 할머니(65)는 지난달 전북 전주의 친구집에 가기 위해 서울 용산역을 찾았다. 그러나 원하는 시간의 열차는 이미 매진돼 김씨는 결국 입석을 선택했다. 그는 "항상 한 시간 정도 일찍 와서 열차표를 사는데, 주말은 종종 표가 없어 가까운 구간은 서서 간다"고 토로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예매를 해봤냐는 질문에 김씨는 "핸드폰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배우는게 더 귀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2 본가에 가기 위해 코레일 스마트폰 앱인 '코레일톡'을 자주 이용하는 박희민씨(27)는 지난 추석 입석으로 열차를 탔다. 좌석을 예매했지만 자신 앞에 서 계신 할머니를 보고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서 계신 노인분들을 보면 자리에 앉아있기 불편해 그냥 비켜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티켓 예매부터 은행 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에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현상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남녀노소 이용하는 열차 예매 시스템에서도 '디지털 래그(Digital Lag·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가 생기면서 미리 표를 구매한 젊은이들은 좌석으로,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입석으로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모바일앱 이용자 대다수는 젊은층

1일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예매 비율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말같이 열차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몰리는 날이면 인기 구간은 미리 모바일로 예매를 하지 않으면 금세 매진되기 일쑤다. 코레일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좌석의 약 10% 정도를 입석 표로 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바일 결제를 통해 미리 표를 구매한 사람들은 지정된 좌석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나중에 현장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좌석 선택에서 우선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전체 열차 좌석 중 코레일톡을 통해 발권되는 좌석은 약 67%이다.

코레일은 코레일톡의 연령별 사용현황을 취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디지털정보화활용 수준(일반 국민 평균수준 100%)은 20대가 128.3%인데 반해 60대는 66.7%, 70대 이상은 25.1%로 현저히 낮다. PC를 포함한 모바일 앱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대다수는 젊은층이라는 말이다.

■"노인 정보화 교육, 비즈니스 차원 접근해야"

자리를 미리 예매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노인들도 있다. 이춘자 할머니(82)는 "코레일 앱으로 예매를 해야 좋은 자리를 얻는다고 들었는데 직접 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앱을 할 줄 몰라 근처 역까지 방문 할뻔 하다가 손자에게 부탁해 겨우 좌석을 예매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 같은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어플인 '코레일톡'에서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가족들이 대신 구입해 전달할 수 있는 선물하기 서비스 뿐 아니라 오프라인 예매 수요가 많은 명절 열차표 예매일은 온·오프라인 예매 좌석 비율을 7:3 정도로 나눠서 운영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정보격차 해소를 사업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수 호서대 고령친화산업 전공 교수는 "이메일 확인 정도의 기본적인 인터넷 활용 교육은 복지차원에서 운영되는 곳이 많지만 할인쿠폰 활용이나 티켓예매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들은 노인들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외국의 1:1 노인방문사업처럼 구체적인 교육 사업을 통해 진정한 수준의 디지털에이징(Digital Ageing·정보통신기술을 잘 쓰며 나이가 드는 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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