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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포스코 노조에서 정치는 손 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1 17:29

수정 2018.10.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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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분율 55% 사기업.. 선택은 직원 자율에 맡겨야
우량기업 포스코가 노조 설립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와 노조, 노조와 노조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최정우 회장을 새로 뽑았다. 그때도 정치권 개입 논란을 불렀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노조 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55%에 이르는 민간기업이다.
정치가 노조 설립에 대놓고 개입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친노조 성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봄 정권이 바뀐 뒤 삼성과 포스코가 도마에 올랐다. 두 회사는 '일류기업'이면서 무노조 경영이 특징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 등 32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펼쳤다는 혐의다.

포스코에선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도움으로 노조가 지난달 중순 출범했다. 그 뒤 추석 연휴 때 노조원들이 회사 문서를 탈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와해하려는 공작을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방안을 마련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사측은 오히려 노조원들의 폭력·절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는 다시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립으로 번졌다. 원래 포스코엔 한노총 산하 노조가 있었다. 1988년 조합원 1만8000명을 둔 거대노조로 출발했지만 1991년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가 터지면서 힘을 잃었다. 그 대신 포스코엔 1997년부터 노경협의회가 설립돼 노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한노총으로선 포스코 노조에 일종의 기득권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회사와 한노총이 한편이 되어 민노총을 견제한다고 본다. 반면 한노총 측은 '어용 프레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반발한다.

근로자는 자주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33조). 포스코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다만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든 기존 노경협의회로 만족하든, 아니면 아예 무노조로 남든 선택은 자유다.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가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둘러선 가운데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연 것은 거부감을 부른다.

지난해 포스코 직원의 평균연봉은 8800만원에 이르고,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에 가깝다. 어느 모로 보나 일류회사다.
사실 이런 회사에 노조가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노경협의회도 지난 21년 동안 잘 굴러왔다.
민노총이나 한노총, 진보 정치권은 포스코 같은 '귀족노조'를 제 편으로 끌이들이려 다투기보다 저임의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조원을 위해 더 큰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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