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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김부총리, 면목 없다면 정책부터 바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3 16:40

수정 2018.10.03 16:40

'9월 취업자 마이너스' 언급
J노믹스 이대론 성공 못해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정부에서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9월 고용(증가율)이 마이너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악화와 관련,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면목 없다"며 대국민 사과 발언도 했다.

올 들어 취업자 수는 증가폭이 지난 7월 5000명에 이어 8월에는 3000명까지 격감했다. 9월 통계는 오는 12일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고용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수준으로 악화된다.
지난해 연평균 32만명이 증가했고, 정부가 연초에 제시한 목표치도 32만명임에 비춰 보면 고용참사 수준이다.

청와대는 고용악화에 대해 경제체질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며,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고용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김 부총리가 고용악화의 원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주목한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민감업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배치되는 설명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같은 정부 안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정부하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정부 출범 때부터 시작해 1년 넘도록 두 목소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팀과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율기능이 마비돼 정책 부조화가 극심하다. 그 결과 일자리 정부에서 일자리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걸러지지 못하고 있다.

비단 고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2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설비투자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전망 관련 지표들도 5개월째 하강 커브를 그렸다. 급격한 불황국면 진입을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조선.해운.철강에 이어 자동차마저 수출과 내수가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조개선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매몰돼 논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김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면목 없다"고 사과만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소신을 갖고 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청와대도 면피성 발언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현 경제상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J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비중을 낮추고 혁신성장 비중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을 자제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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