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일자리 정책, 경제관료부터 변화해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7 17:11

수정 2018.10.07 17:11

[차장칼럼] 일자리 정책, 경제관료부터 변화해야

고향 후배가 오랫동안 운영하던 과일가게를 접었다. 갈수록 잘 팔리지 않았다고 했다. 고급 과일을 주로 취급했는데 수개월 사이 인근에 저렴한 과일가게들이 여러 곳 생겨난 것이 원인이었다. 과일은 생물이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놓을 수도 없어 팔리지 않으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 일하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지출을 줄여봤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문을 닫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웃 가게를 탓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며 소주를 털어넣는 후배가 오히려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끝을 알 수 없는 지점으로 추락하면서 서민의 삶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고용이 가장 심각하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7월에 5000명으로 충격을 주더니 8월엔 급기야 3000명까지 주저앉았다. 9월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정부, 민간 구분 없이 모두에게서 나온다. 서민 일자리로 구분되는 제조업, 도.소매 자영업자 감소가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달 '중소기업 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내수경기 위축 속에 소득개선이 부진하고 비용부담이 상승하면서 자영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올해 1~8월 평균 실업자 수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113만명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4조5000억원이다. 연말이면 역대 최대급인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핵심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다. 가계의 임금 등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살아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 등 가계의 소득증가 정책에도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종 목적지인 경제성장은 후퇴하고 있다. 원인은 일자리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직업이 있어야 수령이 가능한데,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최저임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소득주도성장 동력으로 혁신성장을 내걸었다. 그러나 혁신성장 추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정작 성과라고 부를 만한 것은 찾기 힘들다. 청사진만 가득하다. 접근방식이 문제로 지목된다. 규제를 없애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혁신성장의 방점이지만 이를 기업에 대한 구걸 정도로 치부하며 끝까지 컨트롤하려는 정부 일부 경제 고위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다행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찾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제 일부 경제 고위직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의 발걸음은 경제부총리 불협화음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