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새 대출 규제 혼란, 은행 탓이었나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8 20:26

수정 2018.10.08 20:26

요즘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질문이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새 대출규제가 쏟아져나오자 회사 동료, 가족, 친구들은 기자에게 질문을 한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대출이 가능한지 혹은 현재 보유한 대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이 대부분이다. 은행팀장이니까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묻지만 솔직히 고백한다. 잘 모른다. 자존심 때문에 그때 그때 은행 관계자들에게 물어 알려줄 뿐 새 대출 규제가 나온지 3주가 지나가도록 매번 새롭다.
사람들이 물어오는 사례가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여신은 수신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예적금이 1차 방정식이라면 대출은 3차 방정식쯤 될까. 미리 정한 금리와 기간을 알려주고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대출 수요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고려해야 겨우 답이 나오는 실로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는 것이 여신이다. 그래서인지 9·13대책이 나온 뒤엔 은행마다 큰 혼란이 있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자 당국은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Q&A 등을 배포했다. 사례집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은 각 은행 여신심사위에서 해결하라는 것이 당국의 결론이다. 은행 입장에서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대출 가능 여부는 수요자의 재무적인 상황과 신용만 고려하면 됐다. 이제까지 신용도가 어땠는지, 앞으로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이는 어느정도 수치로 입증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대출 수요자의 진짜 의도까지 간파해내야한다. 여기서부터는 도덕적인 평가가 다분히 들어간다. 일례로 투기지역에 집을 이미 보유했더라도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집을 한 채 더 사고자하는 고객이 진짜 효자인지 아닌지 은행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지점 대출창구에 거짓말 탐지기를 가져다 놔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늦은 저녁 기자들에게 뿌린 보도자료는 여러모로 아쉽다.

9·13대책 이후 혼선이 가중되자 긴급하게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에는 대출 혼란이 '일선 창구 담당자들의 관련 규정 미숙지'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 첫 장에 실려있었다. 의문이 들었다.


과연 창구 담당자들이 미숙지할만한 세부적인 규정들이란게 확정이나 된 상태였을까. 세부 규정이 있다 한들 수천, 수만명 대출 수요자들의 제각각인 사연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을까. 진실은 금융당국만이 알겠지만 대출 규제의 빈틈을 은행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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