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제조업 혁신, 과도한 기대는 환상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에는 세계 최강의 제조업의 부흥이 담겨 있다. 돈을 풀어 엔화가치를 떨어뜨렸고(수출경쟁력 강화),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들을 유인했다. 과소 투자,과당 경쟁, 과잉 규제라는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바꿔나갔다. 올 2·4분기 일본의 설비투자 증가율(12.8%)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미국 상무부 장관 윌버 로스는 '중국 제조 2025'를 두고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기술도용을 문제 삼은 발언이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첨단 제조강국을 목표로 급성장하는 중국을 '경제침략자'로 보는 미국의 반감이다.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 '굴기(벌떡 일어섬)'를 마주하는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반도체에 편중(25%)된 역대 최대 수출 호황이 우리의 불편한 현실을 덮고 있지 않은가.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중국의 '제조 2025'가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잘못하다간 중국의 하청이 되는 것이다. 그 위기감을 왜 갖지 못하나"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소득주도·혁신·공정경제)의 설계자'로 꼽히는 인물인데, 이례적 비판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의 호황은 끝났다. 활력은 사라졌다. 설비투자는 20년 만에 최장기간(6개월) 줄어들었고, 80%를 넘던 제조업 가동률은 71%(올 1·4분기)로 하락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 독점의 단맛'에 빠져있다가 생산·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 '친(親)정부 정책' 기조의 산업연구원조차 "중국이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R&D) 투자(2017년 기준 54억유로), 첨단기술 실증, 전문인력 육성 등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고 밝힐 정도다. 한때 밀려드는 해양플랜트 주문에 조선 호황은 끝이 없어 보였다. 일자리도 넘쳐났다. 수출은 반도체(비중 25%)에 편중됐다. 모두가 착시였다. 그 결과 제조업 성장판은 닫혔고, 멀리 내다봐야 할 때를 놓쳤다. 정부는 국가 주력산업의 현실에 안주했고 오판했다.

문재인정부 2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는 이 같은 '제조업의 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믿는다. 그는 막강하던 일본 제조업의 침체를 목격하면서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두렵다(2003년 저서)"고 했다. 2018년, 그때와 다른 현실은 일본과 중국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성윤모는 "산업정책 역시 제조업 진화와 함께 동태적으로 변화해나가는 생물이어야 한다"고 했다.'신산업' '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환상이다. 우리가 축적한 기술과 경험, 주력 산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책 성과에 조급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올해 안에 범부처 '국가 산업 대계(산업구조 개편 방안)'를 내놓는다. 이번엔 알고 있는 해답을 다시 틀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