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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밑빠진 독'이 된 전통시장 살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8 16:30

수정 2018.10.08 16:30

8년동안 2조원 들였는데 매출은 제자리에 머물러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이 '밑빠진 독'이다. 정부는 2011년 이후 매년 2800억원씩을 전통시장 활성화에 쏟아붓고 있지만 영 성과를 못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올해까지 2조2891억원을 전통시장에 지원했다. 전통시장 특별법이 만들어진 2002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총 지원금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원금은 주차장을 넓히고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시장을 현대화하는 데 쓰였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별로다.
전통시장의 총 매출은 2005년 27조3000억원에서 2016년엔 21조8000억원으로 5조원 넘게 줄었다. 2010년 이후에는 연 20조원 안팎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에 시장수와 점포수, 상인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점포당 매출은 되레 줄었다. 2010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전통시장수는 1283개에서 1441개로, 점포수는 18만6000개에서 20만9000개로 늘었다. 상인수도 같은 기간 32만9000명에서 36만8000명으로 불었다. 나랏돈으로 실속은 없이 덩치만 키운 모양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고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도입했는데도 허사다. 소비자만 골탕을 먹는 상황이다. 이러니 전통시장 지원정책을 두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환경이 크게 바뀐 탓이 크다. 1인가구 증가 등 환경 변화로 유통시장은 편의점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쇼핑 시대로 바뀐 지 오래다. 유통시장에서 모바일과 인터넷 등 온라인의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그마저 '문화'를 파는 전통시장만의 색깔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 없는 전통시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은 장보기마저 불편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니 누가 전통시장을 찾겠나. 정부의 지원이 단순히 시설을 뜯어고치는 데 치중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올해 예산 3754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60억원이 주차장 확충과 시설현대화에 배정됐다.

이대론 안된다.
정부는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을 전면 손질하기 바란다. 그 출발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전통시장이 가진 문화를 살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을기업으로 변신해 엽전을 매개로 한 공동마케팅으로 '관광명소'로 성공을 거둔 서울 종로의 통인시장은 좋은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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