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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5·24조치 풀기 전에 北 사과 받아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0 16:41

수정 2018.10.10 16:41

강 외교 "검토중" 번복 소동..천안함 유족 마음 헤아리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강 장관은 나중에 이 발언을 번복해 또다른 논란을 불렀다. 지난 2010년 3월 북한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대응책으로 남북 교역·교류를 중단하는 5·24조치를 내놨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으나 북한은 단 한 차례도 천안함 도발을 사과하지 않았다.
규제를 풀더라도 사과부터 받는 게 순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정부정책은 외교·안보 환경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5·24조치는 행정조치일 뿐 성역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해제를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준비는 하되 서둘 필요는 없다. 대북제재 조치 해제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는 게 좋다.

남북 간에는 풀어야 할 일이 많다. 금강산 관광은 10년째 막혔다. 2016년엔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에서 철수했다. 장기적으론 금강산 관광 길도 다시 열고, 개성공단도 다시 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이번에 단호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다.

천안함 46용사들 유가족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지난 3월 백령도에서 열린 8주기 추모식에서 유족들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방남을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에 더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올 2월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다. 그러나 사과는 없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외교부 국감에서 "5·24조치를 해제하려면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남북 경협은 정상화로 나아가는 게 맞다.
하지만 5·24조치를 애써 풀어봤자 유엔과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으면 별 소용없다.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그에 맞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제재가 느슨해지면 5·24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그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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