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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떠오른 동물권 보호]"亞 국가에 '개 먹지마라' 촉구 할 법적근거, 美부터 마련"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0 17:01

수정 2018.10.10 20:58

동물에게 빚진 인류 동물의 권리를 묻다 (2)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美 연방 입법화 속도
의회 지지 이끌어낸 '애니멀 호프 앤 웰니스' 빈센트 세나
의원들 설득에 말 필요없이 개농장의 끔찍한 현실담은 단 2분짜리 영상으로 충분
전 세계 '도살·식용금지' 목표..상원 거쳐 대통령 서명하면 미국 연방법으로 공식 제정
[화두로 떠오른 동물권 보호]"亞 국가에 '개 먹지마라' 촉구 할 법적근거, 美부터 마련"


【 로스앤젤레스(미국)=강규민 기자】 최근 개와 고양이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유통하거나 사육할 수 없게 금지한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개·고양이 식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연방의회 차원에서 식용금지법을 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하원은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개·고양이 고기 거래금지법(HR6720)'을 통과시켰다. 번 뷰캐넌 의원(공화·플로리다)과 앨시 헤이스팅스 의원(민주·플로리다)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개와 고양이 식용을 막기 위해 개·고양이의 도살·유통·판매·사육 등 관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제정이 된다. 파이낸셜뉴스는 법안 통과를 위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빈센트 세나(사진)와 최근 만나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개·고양이 식용금지 법안'에 대해 알아봤다.
미국동물보호재단 애니멀 호프 앤 웰니스에서 근무하는 빈센트 세나는 동물복지법을 미 의회에 상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

―최초 개·고양이 식용금지법(HR1406) 배경은.

▲2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니멀 호프 앤 웰니스 재단의 마크 칭 대표와 미국 내에서 개·고양이 도살 및 식용 금지를 위한 법안 초안을 작성해 민주당 알시 헤이스팅스 하원의원(플로리다)에게 가져갔다. 미국에서 법안을 입법화하려면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칭 대표는 개농장의 잔인한 현실을 담은 2분짜리 영상을 헤이스팅스 의원에게 보여줬고, 이는 헤이스팅스 의원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의 지원으로 2017년에 초안인 HR1406은 물론 개·고양이 식용금지 움직임이 생겨났다. 국회 청문회에서 공개한 개농장 영상은 '가장 가슴 아프고 끔찍한' 영상으로 평가받았다.

―미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 국회의원들은 애초에 '미국에서 개식용을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이런 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HR 1406이 생긴 이유는 미국의 44개주에서 개와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법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안을 만든 목적은 사실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6개주를 제외하고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이 상정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무슨 자격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개 식용을 하는 미국인이 없더라도 미국에서 개식용금지법이 없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에 개식용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개·고양이 도살 및 식용 금지 움직임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개·고양이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미국 내에서도 법안이 발의되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칭 대표와 한국의 나미 김 세이브코리안독스 대표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김 대표가 구조한 한국 식용견 농장의 개들을 입양하고 있으며 각 입양자들 또한 개농장의 현실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개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개들이 그곳에서 끔찍하게 고통받고 살해된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이들이 개식용 금지법을 지지했다. 이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법안(HRes401)이 생겨났다. 아시아에도 동물애호가들이 많고,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영국,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이번 법안을 따를 것으로 보나.

▲미국에는 하원에서 통과돼 이제 상원을 거쳐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다른 국가들도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을 제정할 것으로 본다. 많은 국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며 최근 영국에서도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호주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현재 한 지역에서만 금지된 개식용을 전역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많은 국가들이 손을 잡고 개식용을 금지시키려 한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나.

▲지난 2월 한국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개식용 문화로 인해 세계인의 비난과 지탄을 받았다. 개식용에 대해 몰랐던 많은 이들도 올림픽을 계기로 개식용에 대해 알게 됐고,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이 개를 잔인하게 도살해 먹는 국가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국과 싱가포르, 대만은 개식용을 금지했다. 한국에서 개식용 문제가 얼마나 예민한지, 개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나서야 할 차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camil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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