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 손절매땐 돈 잃고 세금까지 낸다

40년간 증권거래세 그대로
거래세에 양도소득세까지 세법개정으로 이중과세 논란
美·日·獨 등 OECD 16개국 아예 거래세 부과 안해

지난 40년 동안 제자리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세제당국은 세수 공백 등을 우려로 반대한다. 전문가들은 이중과세 논란과 함께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과세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참에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없어도 세금내라(?)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1978년 제정된 증권거래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지난 4월 현행 0.3∼0.5%인 증권거래세율을 0.1%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이달 초에는 국회에서 공청회도 열었다.

증권거래세는 제정 당시 세금징수 인프라가 덜 갖춰져 투자이득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금액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뗀 것이다. 주식시장 참여에 따른 일종의 통행료인 셈이다.

금투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증권거래세가 과세기본 원칙과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인하나 폐지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주식거래로 수익이 생길 경우에만 내는 게 아니라 손실을 입어도 내야 한다. 주가가 오를 때야 큰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변동성이 크고 하락 종목이 많은 경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 잃고 세금까지 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 때 매기는 양도세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진 것도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세법 개정에 따라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넓히고 요율도 올렸다. 주식을 팔 때 거래세는 물론 양도세도 내야 해 이중과세 논란이 터져나온 것이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증권거래세 개편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형태 홍익대 교수는 "증권거래세의 실질적인 과세 목적이 재산소득 과세에 있기 때문에 자본 이득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와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혁신성장위해 낮춰야"

정부부처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시중의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여 중소·벤처기업 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금융위원회는 여당 의원들과 함께 증권거래세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 증권거래세를 폐지한 결과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뤘다"며 "한국도 거래세를 줄이고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021년까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가 강화되는 만큼 지금이 증권거래세를 손질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세제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세수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달 초 기재부가 김철민 의원실에 보낸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기재부 입장·근거'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는 향후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과세 시행시점에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검토할 사항"이라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실제 증권거래세율을 0.1%포인트 낮출 경우 2조원 수준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흐름도 낮추거나 폐지

최근 주요국들이 점차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미국과 일본, 독일 등 16개국은 아예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주식의 양도자에게 거래가액의 일정한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국가는 단 한 국가도 없다.

미국은 1966년까지 거래세를 유지하다가 폐지했다. 독일과 스페인은 1991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으며, 일본의 경우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남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율은 0.1~0.2%를 매기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몰린 유동자금을 증시로 유입하기 위해서라도 세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현재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을 키우려면 거래세를 폐지해 증시로 자금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태 교수는 "증권거래세 인하·폐지는 이미 전 세계적 추세로 우리만 세수 감소를 우려해 손질을 못하고 있다"며 "중국은 2008년 0.1%까지 인하한 이후 3개월간 거래대금이 69.1% 증가했고, 대만도 지난해 0.15%로 내린 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