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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안전이다] "허술한 기술사제도, 글로벌 기준과 거리 멀어"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0 17:19

수정 2018.10.10 21:23

(下) 대한콘설탄트 이진산 대표 인터뷰
美 등 건설 선진국 대부분 PE자격증 필수로 요구 한국만 자격·경력 차별 안둬
韓기술사 국제적 통용막아 고급인력 해외진출 걸림돌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와서 제방이 붕괴됐다. 그런 대형사고가 있을 때 우리나라와 극명하게 다른점은 주정부 건설 관련 모든 직책 담당자들이 PE(Professional Engineer)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을 논의하고 복구 예산을 의회에 넘기는데 그 회의를 하는 사람이 전부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다."

한국 기술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미국에서 PE 자격을 따고 공무원으로 일한 대한콘설탄트 이진산 대표이사(사진)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버지니아 공대 석사,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전공은 도로교통계획으로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술사 제도의 차이를 피부로 느낀 산 증인인 셈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건설 선진국이 PE 혹은 명칭만 다를 뿐이지 현장 최고 책임자를 엔지니어가 맡는 일은 매우 기본적인 시스템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공대 교수를 하려고 해도 반드시 PE를 따야 한다. 건설 관련 공무원도 당연하다. 설계를 주든 감리를 주든 PE 자격증이 없으면 자격요건 자체가 안된다. 그건 국제적인 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나 산하 관련 공기업에 기술 관련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마저 예전에 기술직엔 엔지니어가 많았는데 점점 자리를 더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기술 인력에 대한 그의 자긍심은 선친 고 이헌경 회장이 우리나라 제1회 기술사 출신이자 한국기술사회장도 역임했을 정도로 엔지니어들이 많았던 가풍에도 기반한다. 해방 이후 "기술이 곧 힘이고 일자리"라고 생각해 자녀들의 공대 진학을 독려했다. 대한콘설탄트는 중견 엔지니어링 회사이지만 설립 이후 52년간 경부고속도로, 마포대교 등 대형 토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수단 고속도로 건설 설계부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기술사 제도도 충분히 대단하고 자격을 따기 위해선 힘든데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공대를 졸업하면서 PE를 따지 않으면 절대 매니저 자리에는 오를 수 없다. 그만큼 자긍심도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과 다른 기술사 제도 운영으로 우리나라 고급 인력이 해외로 진출할 기회가 차단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솔직한 말로 똘똘한 젊은이가 있으면 그냥 영어 공부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그 많은 기회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글로벌 시장이 PE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룰이 적용되고 있는데, 한국만 완전 외톨이가 돼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한국은 기술사 자격이 있는 사람과 경력으로 인정받은 인정기술사도 프로젝트 내에서 같은 지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기술사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

대한콘설탄트 제2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퇴직 관료 영업 대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그는 "사실 엔지니어링 회사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한국식 허술한 제도가 훨씬 편하다.
관련 경력 있는 퇴직자를 영입해서 입찰만 따 오라고 하면 되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젊은 엔지니어들의 자긍심을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식은 굉장히 발전했는데 시스템은 60년대에 머물러 있어서야 되겠나"라며 "당장 쉽게 갈 수 있다고 현 시스템에 머무르면 기술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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