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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끝내 트럼프까지 나선 한·미 불협화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14

수정 2018.10.11 17:14

5·24조치 해제놓고 갈등.. 남북 평화 조급증 버려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기류에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내보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그들(한국 정부)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답 과정에서 '5·24 제재조치' 해제를 거론한 뒤 나온 언급이었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내연하던 한·미 간 불협화음이 표면화됐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승인'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썼다. "(한국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동태 문장이었지만, '주권적 간섭'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작심하고 한국의 '선(先)비핵화-후(後)제재완화' 기조 이탈 조짐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문재인정부로선 유쾌할 수 없겠지만 문제없다던 한·미 공조에 누수가 생긴 현실을 돌아볼 때다. 강 장관이 하루도 안 돼 번복한 '5·24 제재조치' 해제 말고도 북한산 석탄 밀반입, 남북 군사합의 등을 놓고 양국 간 엇박자는 이어졌지 않나. 특히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핵무기 보유목록 제출 요구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 북의 논리로 미국을 압박한다는 '오해'까지 자초했었다.

한·미 간 불협화음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조급증에서 비롯됐다면 곤란하다. 그동안 남북 당국 간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그리고 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기념비적 합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북핵 신고와 사찰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못 넘어 항구적 평화는 구두선에 그쳤다. '핵 있는 한반도 평화'도 가능하다는 환상을 버려야 할 이유다.

더군다나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 이후 미·북 간 핵게임의 향방은 예측 불허다. 트럼프정부가 대북협상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터다.
북핵으로 인한 최대 잠재적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보게 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제재는 혹여 북한 정권이 핵능력을 포기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를 속이려는 꼼수를 막는 마지막 지렛대다.
'선핵폐기-후제재 해제' 원칙의 전술적 융통성은 허용하되 한·미 공조를 깨면서까지 그 골간을 흔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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