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최종범 사건 학교시험 지문에 등장.. 2차 가해 논란


인천의 한 여고에서 '구하라·최종범 사건'을 주제로 한 영어 시험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트폭력, 디지털성폭력 파문에 휩싸인 해당 사건을 단순 연인 간의 사랑 싸움처럼 다룬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에 난리가 났어! 팝콘각이야"
12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날 인천 A 여고 3학년 중간고사 영어 시험문제에는 가수 구하라씨와 구씨의 전 연인 최종범씨가 등장했다. 이들은 최근 쌍방폭행 혐의 뿐만 아니라 최씨가 성관계 영상을 구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리벤지 포르노'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영어 시험지를 보면 구씨가 소속된 걸그룹 '카라'의 전 멤버 '강지영', '구하라', '미용사 최'가 등장한다.

'강지영'은 "너 '팝콘각'이라는 말 아니? 영화처럼 흥미로운 일이 있을때 팝콘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팝콘각이야. 이번에 한 걸그룹 멤버가 남자친구랑 크게 싸우고 폭행했다. 뉴스에 난리가 났어! 팝콘각이야"라고 말한다.

이어 '구하라'는 "팝콘각? 그런 말 하면 안돼. 나는 네가 심각한 내용을 그런 단어로 말해서 기분이 나빠. 네 말의 내용은 중요해. OOO도 중요해. 내용뿐 아니라 문제를 얘기하는 방식 말이야"라고 대답한다.

이어 이름은 표기 안 된 '미용사 최'는 "나도 하라 네 말에 동의해. 나는 손님들 머리를 자를 때 내 일상 이야기를 해. 그들은 절대 지루해하지 않아. 그때 나는 이야기 내용은 물론 방식도 신경을 써. 이게 내 손님뿐 아니라 여자친구에게 사랑받는 이유야. 하하하. 어쨌든, 나는 왜 그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어. 그는 참 불쌍한 남자야!"라고 언급한다.

■"사건 축소·희화화, 2차 가해".. "출제 의도 없어"
문제에 심각성을 느낀 네티즌들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해당 지문을 게재하고 학교의 젠더감수성 부족을 질타했다. A여고는 최근 SNS 상에서 학생들의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A여고의 문제 지문을 구씨에 대한 2차 가해로 규정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성폭력이 여성에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모르는 무지를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다.

윤김 교수는 “디지털성폭력과 연관된 사건임에도 가해자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피해자는 전면화했다. 이런 심각한 사건을 해당 지문에서는 남녀간 사랑 싸움 정도로 축소하고 희화하고 있다”며 “본문 내용에서 ‘팝콘각’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하면서 구하라, 최종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남성이 하는 대사 방식 등은 오히려 사건의 흥미로운 가십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2차 가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논란이 된 문제에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A여고 관계자는 “출제자인 여선생이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
어떤 의도 없이 아이들이 흥미 있을 만한 주제를 가지고 온 것 뿐인데, 학생들이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시험 내용과 결부시켜 이것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있다”며 "논란의 빌미를 준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연결은 당황스럽다. 교육청과 상의해 논란을 해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시험 지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아직 입장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