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김태년 의장의 차등의결권 제안, 반갑다

재계 오랜 요구에 응답..벤처·대기업 다 적용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11일 "창업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자고 한 만큼이나 놀랍고 반갑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면 상법을 바꿔야 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할 리가 없다. 김 의장의 주도 아래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되길 바란다.

차등의결권은 재계의 숙원이다. 지금은 주식 1주에 의결권 1표를 준다. 반면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대해 1주당 10표 또는 100표를 준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경영진이 마음 놓고 장기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

외국, 특히 미국은 차등의결권이 흔하다. 구글은 2004년 상장할 때 클래스 A·B·C 세 종류의 주식을 발행했다. A주식은 주당 의결권이 1표, B주식은 10표다. C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이 덕에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경영권은 철옹성이다. 대신 주주들은 배당 수익과 매매 차익을 올린다.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주당 의결권 10표를 행사하는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게 이사회 지배권을 줬다.

김태년 의장은 차등의결권 혜택을 창업벤처기업으로 제한할 것 같다. 연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회 4차산업혁명 특위에서 "코스닥에 상장하는 중소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경영권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벤처 생태계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덧붙여 차등의결권 적용 대상을 일반 기업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해주기 바란다.
지난 5월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기자회견에서 "투기자본에 맞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특혜 논란이 걱정이라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7월에 제안한 가중의결권제는 어떤가. 가중의결권은 예컨대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1년 이하는 의결권 1표, 2년은 2표, 3년은 5표, 5년은 10표를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어느날 불쑥 나타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짓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