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구심점 잃은 세계경제 어디로..지정학 긴장 가장 우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4 16:06

수정 2018.10.14 16:06

IMF연차총회 결론
Bank Indonesia Governor Perry Warjiyo speaks during a seminar 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 World Bank Group Annual Meeting 2018 in Nusa Dua, Bali, Indonesia October 14, 2018 in this photo taken by Antara Foto. Antara Foto/Puspa Perwitasari/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
Bank Indonesia Governor Perry Warjiyo speaks during a seminar 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 World Bank Group Annual Meeting 2018 in Nusa Dua, Bali, Indonesia October 14, 2018 in this photo taken by Antara Foto. Antara Foto/Puspa Perwitasari/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MANDATORY CREDIT. INDONESI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INDONESIA.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의 결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사흘간의 공식일정이 진행되는 이번 연차 총회에서 각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의 관심은 전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폭락장세가 아닌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쏠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 요청,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 베네수엘라, 터키, 남아프리공화국, 이번 회의 개최국인 인도네시아 등의 외환위기 위험 등 세계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속에 세계 경제는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다. 앞으로 경제 충격을 흡수할 만한 안전판이 없어진 셈이다.

여기에 IMF 등의 자금은 충분치 않고, 자금확충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세계 경제는 국제 공조 상실 속에 국제기구의 위기 진화력 역시 불충분한 이중의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탄탄한 세계 경제 성장세 속에서도 일부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각국에 세계 경제 탈선을 막기 위해 "함께 항해하자"고 촉구했지만 국제 공조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이를 누그러뜨릴 국제공조의 부재가 앞으로 세계 경제가 맞닥뜨리게 될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올랐다.

IMF는 "정책 불확실성, 사상최대 수준의 부채 규모, 금융 변동성 확대, 제한적인 정책 대응능력 등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과 성장 전망을 앞으로 더 흔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긴장
신흥국 불안의 최대 배경이자 향후 위기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될 요인은 바로 미·중 G2(주요 2개국)간 긴장이다.

'신 냉전' 체제로 가는 조짐이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은 벌써 3600억달러어치 물품에 대한 관세, 보복관세가 매겨져 있고, 양국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추가 관세와 맞대응이 예고된 상태다.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갈등 해소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중국 측은 이 강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가 인위적인 위안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갈등이 봉합될지 여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므누신 장관은 다음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회동은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의 대중 관세를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지렛대로 생각했던 전문가들은 이제 트럼프가 협상보다는 중국을 꺾어누르기 위해 사실상 중국 봉쇄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상보다는 중국 경제구조 개혁과 판 다시짜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되면서 무역전쟁은 길면 20년을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EU 긴장
유럽 대륙도 불안의 연속이다.

내년 3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여전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 이탈리아에 들어선 포퓰리스트 정부가 유럽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은 최근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세금은 깎는 적자재정 예산안을 편성해 EU와 충돌을 빚고 있다.

IMF도 이탈리아 재정악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IMF 유럽 부문 책임자인 폴 톰슨은 "지금은 재정정책을 느슨하게 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는 그러나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퓰리스트 연정에서 가장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지오바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국제 기구들이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릇된 것이라며 이탈리아 재정지출 확대는 '폭발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 일대일로, 아시아 신흥국 재정악화 불씨
연차총회 참석자들은 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계획이 신흥국, 특히 아시아 일부 신흥국 재정에 미칠 부담을 우려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인프라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지원하는 자금을 어떻게 이들 국가가 상환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 부채가 일부 아시아 신흥국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WB 교역·경쟁·지역통합·투자 부문 책임자인 캐롤린 프룬트는 중국이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이들 국가에 어떤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는지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데이비드 달러도 "일부 저소득 국가들은 차관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서 중국은 차입국 재정안전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상환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시장 금리로는 차입이 어려운 국가들에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차관 상환은 차입국 현물과 통화로 변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저우 지아이 중국 재정부부장은 중국이 채권국이자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 주주로서 계획 참여국들의 부채 변제 능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차관은 중국의 돈"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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