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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경 보호주의 수그러드나..금융수장들 "변화 보인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0:57

수정 2018.10.15 10:57

From left; World Bank President Jim Yong Kim, Managing Director o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Christine Lagarde, Indonesia's Coordinating Minister for Maritime Affairs Luhut Binsar Pandjaitan, Indonesia's Finance Minister Sri Mulyani Indrawati and Governor of Bank Indonesia Perry Warjiyo pose
From left; World Bank President Jim Yong Kim, Managing Director o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Christine Lagarde, Indonesia's Coordinating Minister for Maritime Affairs Luhut Binsar Pandjaitan, Indonesia's Finance Minister Sri Mulyani Indrawati and Governor of Bank Indonesia Perry Warjiyo pose for a photograph in Bali, Indonesia on Sunday, Oct. 14, 2018. (AP Photo/Firdia Lisnawati)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는 올 경제 관련 주요 국제회의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이 크게 누그러졌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장관들은 예전과 달리 미 무역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교역질서 재편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행정부내 강경파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상존하지만 일단 미국과 동맹들이 교역과 관련한 접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분위기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총회에 참석한 세계 주요 금융수장들이 미국의 강경 보호주의 탈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아직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예봉이 꺾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안도감이 흘러나왔다고 WSJ은 전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13일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분위기에 일정한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트만 총재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무역협정에 합의한 것과 같은 돌파구들이 적어도 "고삐 풀린 무역 긴장 고조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줄여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인 12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7월 시작된 미국과 유럽연합(EU)간 통상협의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숄츠 장관은 양측간 대화가 통상갈등 고조를 피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낙관하고, 양측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상반기까지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6월 주요7개국(G7) 회의 당시만 해도 독일을 포함해 주최국 캐나다 등 6개국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맹공했고, 앞서 4월 IMF 연차총회에서는 미국이 '머리에 총을 겨누고' 다른 나라들에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프랑스 측의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하반기 들어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고, EU에는 무역협상 기간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연기해주기로 했다. 또 일본과 통상 협의를 시작했고,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끝냈다.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일단 다음달 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따로 만나 양국 무역갈등을 봉합하거나 적어도 갈등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비슷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로다 총재는 13일 "보호주의, 무역갈등, 또는 무역전쟁은 모든 나라 경제에 좋지 않기 때문에...일정 단계에서는 멈출 것"이라고 낙관했다.

무역질서 개편 논의 개시
미 보호주의 완화 기대감은 무역질서 개편 논의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동원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제는 국제 교역 시스템 개혁을 논의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 중심인 세계무역기구(WTO)는 출범 당시 비판적 지지를 받았던데다 만들어진지 20년도 지난 탓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했던 WTO 개혁이 미국의 보호주의 완화 기대감과 겹치며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IMF 연차총회 폐막성명에는 이에따라 처음으로 WTO 개혁 요구가 포함됐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논의는 이제 시작됐다"면서 "논의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강경파가 변수
그렇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의 관세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 무역협정 개정에 동의한 멕시코,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자동차, 자동차 부품 관세를 매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 중국 제품에 대한 10% 관세는 연말 25%로 대폭 오른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267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수입관세를 물린다는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모든 중국제품에 관세를 매기게 되는 것으로 양국간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게 된다.

연차총회가 열린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선진국간 갈등 고조를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비유하며 선진국들이 아귀다툼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 행정부내 온건파로 로버트 랑트하이저 무역대표(USTR) 등 강경파에 밀려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점이 많다는 점은 IMF 연차총회장의 기대감과 달리 세계 무역전선에 먹구름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전에도 므누신 장관을 주축으로 한 온건파의 발언으로 달라졌던 분위기가 수시로 급반전돼왔다.

5월에는 미국이 무역보복을 일단 연기할 것이라고 므누신이 밝힌지 수주일도 안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방안을 발표했고, 그 달 말에는 전면적인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장 르미에르 BNP파리바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결국에는 앞으로 2년 안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믿는다면서 합의 내용이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양측은 합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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