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낯선 여자가 데려간 딸.. 가족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6:34

수정 2018.10.15 16:34

30년 전 한살배기 한소희씨 실종.. 어머니 생일때마다 미역국 끓여
이자우씨(59·여)의 딸 한소희씨(30)는 1989년 5월 18일 생후 7개월에 실종됐다. 이씨는 잃어버린 딸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며 어디서 딸 소식이 올까 싶어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자우씨(59·여)의 딸 한소희씨(30)는 1989년 5월 18일 생후 7개월에 실종됐다. 이씨는 잃어버린 딸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며 어디서 딸 소식이 올까 싶어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며칠 전 소희 생일이었어요. 생일만 되면 주인 없는 미역국을 끓여요. 애 아빠가 원래 아침에는 간단하게 빵만 먹고 가는데, 그 날은 눈물 꾹 삼키면서 미역국을 먹고 가더라고요"

한소희씨(30)의 어머니 이자우씨(59)는 지난 8일이 딸의 생일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주인 없는 미역국을 끓인 지 어느덧 30년이 돼가지만 미역국을 같이 먹을 그날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15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1989년 5월 18일 이씨의 딸 소희씨는 생후 7개월 가량 지나 실종됐다. 그 다음날은 소희가 태어난 뒤 첫 가족나들이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 와중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한서우유 보급소에 다니는 진영이 엄마 계신가요?"라며 현관문을 두드렸다. 이씨는 진영이 엄마가 누군지 모른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물 한 잔만 달라고 했다. 이어 보행기에 앉아 놀고 있는 소희에게 관심을 보이며 '나도 이만한 아이가 있는데 참 예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씨는 뭔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가라는 말을 차마 못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여성은 소희와 함께 사라졌다. 이씨는 바로 쫓아가진 못하고 애 아빠와 파출소에 전화를 했지만 소희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 이웃들은 한 여성과 소희가 집 밖을 나서는 모습을 봤으나 그 여성이 이씨 신발을 신고 가길래 친척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후로 이씨 가족은 소희 찾기에 전념했다. 전단지 돌리기는 기본, 방송 출연도 하고 밤낮 가리지 않고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도 소희 같은 애가 있다는 제보가 오면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이씨는 "한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애 잃어버린 여자구나'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껴지져 고개를 못 들고 다녔다"면서 "예전에는 소희에 대한 얘기도 금기시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달리 먹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누가 소희에 대해 물어봐도 제가 먼저 얘기하는데, 자꾸 말해야만 돌아올 것 같아서 그렇다"면서 "소희를 만나게 되면 먼저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어릴 때 입었던 옷과 가장 좋아했던 곰인형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즘 친자식도 버리고 학대하는 세상이라 소희가 '교육은 제대로 받았을까' '구박은 받지 않았을까' 이런 걱정이 들곤 한다"며 "소희를 잃고 나서 가족 사진을 찍어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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