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공정위 과징금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7:06

수정 2018.10.15 17:06

세상에서 제일 공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행정'이 국정감사대에 올랐다. 기업을 상대로 한 '묻지마식 과징금 처분' 얘기다. 공정위가 허위.과장광고, 담합, 갑질을 이유로 기업에 과징금을 물렸다가 소송에서 져 되돌려준 돈이 약 3년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밝혀져서다. 환급금은 공정거래 정착에 목소리를 높이는 문재인정부 들어 더욱 늘어난다. 2016년 1775억원에 머물던 환급금이 지난해엔 235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7월까지만 1173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환급금이 늘어난 것은 과잉행정 탓이다.
불공정이 의심되면 일단 과징금을 물린 뒤 아니면 말고 식의 구태를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규정상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기업은 일단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행정소송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는 구조이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렇다 보니 5건 중 1건이 소송에 걸리고 소송에 걸린 10건 중 1건이 패소한다. 공정위의 묻지마식 과징금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묻지마식 과징금이 문제가 되는 건 기업들이 골탕을 먹고 국민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불복소송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어디 이뿐인가. 대개가 대법원까지 가는 만큼 명예회복까지 길게는 2∼3년이 걸린다. 그사이에 해당 기업은 불공정거래자로 낙인 찍혀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 입찰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국고도 축이 난다. 주요 과징금 처분 소송은 로펌에 맡기기 때문이다. 환급 때 이자비용도 국민부담이다. 최근 3년간 환급 관련 이자이용이 900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차량 제작결함 시정에 직접 간여하기를 꺼린다. 기업이 스스로 결함을 시정하도록 유도한다. 해봤자 소송으로 이어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말처럼 입찰담합, 경제력 집중, 사업활동 제한 등을 막아 공정한 거래질서를 잡는 데 기여한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공정거래 질서를 명분으로 선의의 피해를 부른다면 이것도 불공정 행위다.
공정위가 경제의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가 바로 서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