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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국감장 부끄러운 민낯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7:35

수정 2018.10.15 17:35

[윤중로]국감장 부끄러운 민낯


국정감사는 정부의 '1년 국정 농사(農事)'에 대한 집중적인 성과점검을 통해 허와 실을 가려내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수단의 핵심이다. 특히 송곳 검증과 정책적 대안 마련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 정책의 허점이 없는지, 행정누수가 없는지, 부정비리나 편법 등이 없는지 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펼쳐지는 최근의 국감을 보면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보다는 고압적 태도와 고성, 눈길끌기식 퍼포먼스만 횡행하고 있는 거 같아 씁쓸하다. 매년 실시되는 국감이지만 이러한 볼썽사나운 모습은 '고질적 병폐'다.

상대 의원 질의에 불쑥 끼어들어 고성이 난무하는가 하면, 증인 및 참고인을 불러다놓고 취조하듯이 윽박지르는 고압적 태도도 '단골메뉴'였다.
일부 상임위원회 국감장에선 참고인이 하루종일 대기하고도 고작 짧은 질문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일부에선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려와 동물학대 논란까지 야기하는 등 '눈길끌기식' 퍼포먼스도 되풀이됐다.

매번 국감이 끝날 때마다 여야는 보여주기식 국감, 호통 국감, 취조 국감, 자료폭탄 국감 행태에서 탈피해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정책대안을 찾는 국감에 매진하자고 공언하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자료제출이 늦다며 정부부처 실무진에 몇 년치를 한꺼번에 신청하거나 고위간부를 호출하는 등 이른바 '자료 갑질' 행태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매년 이 같은 우(愚)를 반복하는 국회를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심리학 용어 중에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있다.

매번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없는 현상을 가리킨다.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 왠지 국회의 자화상과 많이 닮아 있다.


매년 국감시즌이 끝날 때마다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 답답하다. 고압적 태도가 자신의 진가와 존재감을 발휘하는 수단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합리성이 결여된 자아상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민낯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스스로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 채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의무와 권리를 한낱 권위주의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면 결코 민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으리라. 우린 언제쯤 차가운 이성, 따뜻한 감성의 언어가 냉정한 균형을 이뤄 생산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국감장을 목도할 수 있을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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