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올해의 국감스타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7:35

수정 2018.10.15 17:35

[기자수첩]올해의 국감스타


'벵갈고양이, 맷돌, 백종원.'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이들 단어의 교집합은 2018년 국정감사 스타로 부상한 것이다.

우선 지난달 애꿎은 퓨마가 일평생을 사람의 구경거리로 살다 사살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누그러들지 않는 여론을 반영해 이번 국감장에는 퓨마의 미니어처(?)판인 벵갈고양이가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벵갈고양이가 퓨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에서 데려왔다고 부연했다. 다음으로 맷돌.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감장에 '맷돌'을 준비해 책상에 올려놓은 뒤 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맷돌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당연한 말을 대통령이 하는데, 이게 기사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과 방송에서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간접효과에 대해 질타하기 위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했다.

벵갈고양이는 동물권 문제를 두고 시비가 갈릴 수 있지만, 사실 국감장에서 국민에게 문제를 알리는 데 있어 이런 '쇼(Show)'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아무리 좋은 비판도 알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관심을 끌려는 행동이 아니라 관심만 끌려고 할 뿐 무엇을 비판하려 하는지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적하려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성찰 없이 시의성 있다 싶은 이슈를 부각해 관심만 받으려다 보니, 관심을 받았지만 비난의 화살은 되레 국회의원 자신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자승자박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벵갈고양이를 데려온 김진태 의원은 되레 벵갈고양이를 학대했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
맷돌을 가져온 박대출 의원은 실질적으로 비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자영업자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없던 여야 의원들도 백종원 대표에게 질의하다 외려 역풍을 맞으며, 이번 국감장 스타로 백 대표가 부각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국감 기간에 부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지적하고, 홍보능력도 두루 갖춘 진정한 국감스타가 탄생하길 기다려본다.

pja@fnnews.com 박지애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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