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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두뇌 유출, 지켜보기만 할 건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6:32

수정 2018.10.16 16:32

원전 밸류체인 붕괴 징후.. '묻지마 탈원전' 지양해야
'탈원전' 정책과 함께 우려됐던 우리 원전 기술인력의 해외이탈이 실제 상황이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1년여 만에 원전 운영과 유지.보수 담당 핵심인력 14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떠났다. 15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수원.한전기술.한전KPS 등에서 받은 '원전 인력 퇴직자 현황'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2015~2016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자가 급감하는 추세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로 봐도 무리가 아닐 성싶다.

이번에 정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서보다 원전 인력의 실제 해외유출 가능성이 더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개 전력 공기업에서 작년 정년퇴직.해임 등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퇴직한 임직원은 2015년 77명보다 56% 늘어난 120명이었다. 올해도 8월까지 85명이 제 발로 짐을 쌌다고 한다. 공기업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엑소더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어찌 보면 우리의 원전 생태계가 발밑에서 알게 모르게 황폐해지고 있는 정황일 개연성도 농후하다.

과속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가시화됐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전력생산 추가 비용이 1조3665억원에 이른다는 추정까지 나오지 않았나. 저렴한 원전 대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의존해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이 치솟으면서다. 문제는 기업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에너지 수급에 미칠 악영향만 염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회비용 상실은 더 걱정스럽다. 원자력학회는 60년 가동할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24만3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추계했다.

정부는 그간 탈원전 과정의 일자리 감소는 해외 원전 수출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안이한 발상이었다. 과속 탈원전으로 자국 밸류체인이나 부품 공급망이 무너진 나라의 원전을 수주하고 싶은 나라가 어디 있겠나.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가 다시 짓고 있는 영국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을 필요가 있다. 독자 건설역량을 상실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핵심 원전 기술인력의 엑소더스를 뼈아프게 여겨야 할 이유다.


우리 원전 안전기술은 그간 단 한 건의 치명적 인명사고도 내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다. 장기 국익을 확보하려면 재생에너지 진흥 못잖게 '원전 밸류체인'을 지키려는 정책적 노력도 절실하다.
문재인정부는 '묻지마 탈원전'이 아니라 원전 비중의 점진적 축소 조정을 통한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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