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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브랜드 스토리] 버려진 포도밭, 연구·도전 끝에 최고의 보르도 와인 생산지로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6:38

수정 2018.10.16 16:42

앙드레 뤼통
시음중인 앙드레 뤼통
시음중인 앙드레 뤼통

샤또 라 루비에르 레드
샤또 라 루비에르 레드


"올드 빈티지 와인은 '연륜'의 맛이다."

아로마에 집중하면, 비가 그친 뒤 화단에서 맡을 수 있는 젖은 흙 향, 신선한 양송이 버섯의 내음, 시가 향, 아름드리 나무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나무 향과 솔잎 향, 그 외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다양한 아로마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특히 잘 녹아든 탄닌의 느낌은 이 와인에 깊이를 더해준다.

어느 테이스팅 노트에서 극찬을 받은 샤또 라 루비에르 레드는 농부이자 위대한 와인 생산자 앙드레 뤼통의 손에서 탄생했다. 보르도 와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앙드레 뤼통의 와인 인생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약 30헥타르 정도의 샤또 보네가 시작이었다.
이 것을 시작으로 현재 앙드레 뤼통은 보르도 지역의 10개 와이너리(총 630헥타르)를 소유하며 보르도에서 세번째로 규모있는 와이너리 소유자가 됐다.

패기 있고 능력 있는 젊은이가 훗날 큰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는 항상 흥미롭다. 하지만 앙드레 뤼통의 스토리는 흥미를 넘어 감동을 준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 보르도 와인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샤또 보네를 물려받은 1950년대 당시, 샤또 보네가 위치한 엉트르 두 메르(Entre-Deux-Mers) 지역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의 산지였고, 큰 주목을 받는 지역이 아니었다.

앙드레 뤼통은 이 지역의 토양과 기후가 산뜻하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에 훨씬 적합하다고 확신했고, 많은 연구와 도전 끝에 드라이 와인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샤또 보네는 국제적으로 주목 받으며, 이 지역도 함께 조명을 받게 됐다.

1965년 앙드레 뤼통은 보르도 남쪽에 위치한 그라브 지역으로 눈을 돌린다. 버려졌지만 가능성 있는 포도밭을 사들였는데, 현재 프랑스 보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성인 샤또 라 루비에르도 이때 매입하게 됐다. 이 곳에서 앙드레 뤼통의 이름을 보르도 역사에 길이 남긴 1987년 페싹 레오냥이 탄생했다.

비록 페싹 레오냥은 보르도 전체 생산량의 1%도 못 미치는 새로운 원산지 와인이었지만 곧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에 비해 훌륭한 품질로 인정을 받았다.

침체되고 과거에만 머물러 있던 이 곳에 특별함을 불어넣은 인물이 바로 앙드레 뤼통이었다. 94세인 현재까지 앙드레 뤼통은 포도밭과 양조장에 나가 직접 모든 일을 지휘하고 있고, 각 포도밭의 특성이 드러나는 35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그의 와인들은 여전히 사람을 감동시킨다.

전세계에서 마실 와인 혹은 마실만한 와인은 참 많지만, 꼭 한번 마셔봐야 할 와인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노장의 60여년 연륜과 인생이 묻어 있는 와인들은 하나하나가 다 주목할 만 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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