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르포] "택배 자동분류기 덕에 일자리 창출"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6:41

수정 2018.10.18 17:14

관련종목▶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
택배 분류 시간 획기적 줄여.. 기사 돕는 택배도우미 고용
18일 방문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 현장. CJ대한통운은 휠소터를 도입해 택배 분류 업무를 자동화했다. 휠소터 덕에 매일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있던 택배기사들 대부분은 오전 배송을 하러 떠났다. 최종 분류 작업을 하는 인원 몇몇만 남아있다.
18일 방문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 현장. CJ대한통운은 휠소터를 도입해 택배 분류 업무를 자동화했다. 휠소터 덕에 매일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있던 택배기사들 대부분은 오전 배송을 하러 떠났다. 최종 분류 작업을 하는 인원 몇몇만 남아있다.

18일 오전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 허브터미널에서 출발한 물량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화요일을 기준으로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하루에 처리되는 택배물량은 4만여개.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18대의 차량이 택배 물량을 서브터미널로 공급하는 것을 고려할 때 시간당 최대 6700개의 택배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하루 4만여개 물량, 컨베이어 벨트 앞은 한산

그러나 오전 분류 작업이 한창인 11시였지만 컨베이어 벨트 앞은 한산했다. 택배 물량 처리를 위해 많은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명 정도의 작업자만 있었다.

서브터미널에서 예상보다 여유롭게 작업이 이뤄진 것은 CJ대한통운이 지난 2016년부터 도입하고 있는 자동 택배분류기 '휠소터' 영향이다. CJ대한통운은 전국 150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했고 올 연말까지 전국 178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택배기사들이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수작업 분류에 낭비되는 시간과 이로 인해 늦어지는 배송으로 실제 수익이 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면서 "대화를 통해 자동 택배 분류기의 필요성을 절감해 휠소터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휠소터는 택배 분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매일 아침 모든 택배기사가 각자의 몫을 수작업 했던 것과 달리 한 그룹으로 묶인 택배기사들 중 1명 정도가 서브터미널로 출근해 최종 분류만 한다. 다른 택배기사들은 오전부터 바로 택배 배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히 불필요한 노동이 줄고 근로소득이 늘었다.

이동수 CJ대한통운 부장은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모든 택배기사들이 서브터미널로 출근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수작업 분류가 끝난 오후 1시 이후에나 소비자 배송이 시작됐다. 휠소터 도입전엔 컨베이어 벨트 앞에 빽빽하게 택배기사들이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지역 배송을 담당하는 홍우희(56)씨는 "휠소터가 도입되고 12명이 한 팀을 이뤄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근로 강도는 훨씬 편해졌고 바라던 수익 증가도 일어났다. 똑같은 시간을 일해도 더 많은 배송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많이 버는 사람은 한달에 1000만원도 받는다"고 말했다.

■휠소터 도입으로 신규 일자리도 창출

휠소터는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휠소터가 분류한 물건을 개별 택배기사 앞에 쌓아줄 '택배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5명 정도가 한 그룹으로 묶인 택배기사들이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자동 분류된 택배를 쌓아 놓을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양천서브터미널에만 택배 도우미 2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1995년부터 택배 업무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동료들과 돈을 모아 한달에 13만원 정도를 '택배 도우미' 고용에 쓰고 있다"면서 "조금 더 일찍 택배 배송을 시작할 수 있으니 수익은 늘었고 그만큼 커피 한 잔 더 할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경사업을 하다 은퇴하고 택배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최순재(63)씨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있다"면서 "은퇴를 하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 날엔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나온다"면서 "9시부터 1시까지 일하는데 수입도 나름 괜찮다. 보통 대기업 실버 일자리는 잘 안되는데 여기는 받아줬다"며 웃었다.

택배 도우미 도모씨는 가족과 함께 일한다. 도 씨는 "택배 기사인 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면서 "택배 기사와 택배 도우미가 한 가족으로 이뤄진 그룹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현장엔 부부.부녀.모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그룹을 볼 수 있었다.

최 본부장은 "휠소터를 도입해 택배기사들의 근로 효율성을 높였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면서 "택배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택배기사들은 순찰차보다 더 자주 지역사회를 누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경찰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종아동 보호, 교통공익신고 활성화 등 공익적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