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단 한명도 억울하지 않도록


친부살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신혜씨에 대해 재심결정이 내려져 오는 24일부터 다시 형사재판이 진행된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에서 재심결정 이후 무죄가 확정된 전례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무죄가 선고될지 매우 궁금하다.

김씨 사건은 18년 전 완도군 정도리 버스정류장에서 김씨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돼 시작됐다. 그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3급 장애인으로서 김씨의 집에서 약 7㎞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이 도로에서 발견된 점에 주목해 처음에는 단순 뺑소니 사고로 판단했으나, 부검 결과 다량의 수면제와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고 외상 흔적이 보이지 않자 타살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후 김씨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김씨 고모부의 진술이 있었고, 김씨의 자백도 있었다. 경찰은 김씨의 부친이 김씨와 이복여동생을 장기간 성추행한 것에 대한 분노와 보험금 수령을 범행동기로 판단했다. 김씨가 현장검증을 앞둔 상태에서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했으나, 결국 김씨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고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김씨는 유죄 확정 이후에도 계속 억울함을 호소했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법률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결국 대법원에서 재심결정이 확정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지원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최종 판단은 법원 몫이지만, 이 사건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우선 김씨의 자백이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씨는 자신의 동생이 부친을 살해한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동생 대신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한다. 김씨가 자백을 번복한 이상 자백 내용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 또 시신의 혈액에서 검출된 약물 농도는 김씨가 자백한 약물의 복용치와 비교할 때 무려 5배가량 차이가 난다. 게다가 검출된 약물이 수면제가 아니라 수면유도제이고, 동물실험 결과 위험성과 부작용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과 자백 내용에 불일치가 존재하므로, 강요됐거나 허위로 지어낸 자백이 아닌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범행동기도 의문이다. 김씨 가족과 친척들은 성적학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했고, 본인 명의로도 7~8개의 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다. 부친 명의 보험도 이미 실효된 보험이 있는 등 보험금 수령 가능성이 없었다고 한다. 범행 수단과 방법도 의문이다. 김씨는 신장 155㎝, 체중 35㎏인 가냘픈 체구의 여성인데 만취한 남성 피해자를 유기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했을까. 재심결정 이전에도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김씨 사건에서 밝혀진 불법 수사내용은 충격적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누드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고 폭행도 했다고 한다. 영장 없이 집을 수색했고, 압수수색 관련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런 부당한 압박을 받으면 힘없는 시민은 위축되고 허위자백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형사 피고인이 있고 그 주장에 수긍할 부분이 있다면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씨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다행스럽다.
이번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이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히 밝혀지기를 바란다. 재심요건을 완화하고, 법원도 재심요건 심사를 유연하게 해서 단 한명도 억울한 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억울한 이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