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친엄마 찾아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시절 기억의 조각을 찾고 싶을 뿐”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1 16:45

수정 2018.10.21 16:45

美 입양 후 가정 꾸렸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이 허전
앤드류 페레리·조 메이어씨 친가족 찾기 위해 수소문
앤드류 페레리씨(45·上), 조 메이어씨(39)는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돼 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는 등 안정적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을 찾고 싶다며 한국의 친부모 또는 위탁부모 찾기에 나섰다.
앤드류 페레리씨(45·上), 조 메이어씨(39)는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돼 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는 등 안정적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을 찾고 싶다며 한국의 친부모 또는 위탁부모 찾기에 나섰다.

"미국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친가족들을 찾아 제 과거의 조각들을 맞추고 싶습니다"

아내 썸머를 비롯해 세 자녀와 함께 미국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앤드류 페레리씨(45)는 지난 2004년 아내와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파견 간 군인 친구를 만날 겸 자신을 미국에 보낸 입양기관을 방문해 자신의 친가족 또는 위탁가족만이라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 관련된 정보는 이 곳에서 조차 얻을 수 없었다.

■"친가족이나 위탁가족 소식이라도"

1973년 4월 5일 한국에서 태어난 페레리씨는 한국명이 이은우이며 남동생 이름은 이시우다. 대한사회복지협회 서류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 천호동 주변에서 헤매던 두 사람을 발견해 파출소로 데려갔다. 당시 은우씨의 엄마는 젊었을 때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중국집에서 요리사로 일한다고 했다는데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1980년 1월 7일 은우, 시우 형제는 북아현동에 있는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남편과 아들 둘, 딸 하나와 함께 사는 김순례씨 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그러다 그는 1980년 7월 9일 미국에 입양됐다. 미시건의 작은 도시 오톤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웨스턴미시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컨설팅회사에서 일했다. 2001년 결혼도 하고 2012년부터는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평온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 한 편이 허전한 이유는 바로 친가족의 부재였다. 그는 "친가족들을 찾아서 제 과거의 조각들을 맞추고 싶다"며 "어렵다면 위탁가족이라도 만나서 함께 지냈던 시간들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하고 당시의 나에 대해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위탁부모들은 현재 약 80세 전후, 자식들은 50세 전후로 추정된다는 것이 페레리씨의 설명이다.

■친부는 결핵 사망.."엄마 찾고 싶어요"

이렇게 미국에 입양돼 친가족을 찾는 것은 페레리씨만이 아니다. 미국 위스컨신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조 메이어씨(39)도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됐다. 메이어씨의 한국 이름은 조민우 또는 정민우, 형의 이름은 조민수 혹은 정민수이다. 친부는 조순동 혹은 정순동으로 1981년 3월 2일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어씨 가족은 1979년 경기 부천시 도당동으로 이사왔으며 친부가 세상을 떠날 당시 친척을 찾을 수 없어 이웃들이 장례식을 치러줬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조 메이어씨는 형과 각자 다른 위탁부모 가정에 맡겨졌으나 미국에 입양될 때는 한 가정에 나란히 입양됐다. 이 가정은 이미 한국인 여자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었기에 한국인 삼남매가 됐다. 형은 폭력과 마약에 빠져 감옥도 다녀왔지만 조 메이어씨는 위스컨신 대학을 졸업해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제 과거를 잊고 살았고 그런 기억들을 마주 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중요한 것은 제 어린 시절의 여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기에 엄마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엄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고, 엄마가 제게 미안해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제 출생 기록을 찾아서 엄마가 제 편지를 읽고 있길 바라고, 만약 괜찮으시다면 제게 답장을 해주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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