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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위기 전염?… 스페인·포르투갈 국채 수익률도 확 뛰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1 17:07

수정 2018.10.21 17:07

무디스, 공공부채 늘어난 伊 국가신용등급 한단계 강등
유로존 남부와 안전자산 獨, 국채 스프레드 크게 벌어져
연말이면 예산안 편성 합의..상황 극단으로는 안 갈듯
伊위기 전염?… 스페인·포르투갈 국채 수익률도 확 뛰었다


이탈리아 위기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남부 지역으로 전염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 국채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한 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 역시 덩달아 뛰었다.

시장이 우려하던 '이탈리아 위기 유로존 전염'이라는 악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의 주된 배경인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의 적자재정 예산안 편성 문제가 올해 말까지 해결되면서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伊 신용등급 강등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가 19일(현지시간)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계단 떨어뜨렸다. 투기등급(Ba1 이하)보다 한단계 위 등급으로 한계단만 더 내려가면 이탈리아 국채는 '정크본드'가 된다.
무디스는 재정적자 부담을 가중시킬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 포퓰리스트 연정 출범 뒤 지지부진한 경제·재정 개혁을 등급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무디스는 e메일 성명에서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추세는 경제성장 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미 높은 수준인 이탈리아 공공부채 비율이 (새 예산안 등으로 인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탈리아는 지난달 지출확대와 감세를 골자로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까지 확대하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고, 지난주 이를 유럽연합(EU)에 제출했다. 재정적자 확대 예산편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탈리아와 갈등을 빚던 EU집행위원회는 18일 이탈리아에 예산안을 다시 짜라고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예산안 편성이 공개된 9월 하순 이후 신용등급 강등을 예상해왔지만 막상 무디스가 등급 강등을 결정하자 다시 요동쳤다. 일부 펀드들은 자체 규정에 따라 투기등급 자산은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이탈리아 자산 매각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된데 따른 것이다.

■전염 우려 고조

이탈리아 위기는 2012년 유로존 채무위기 이후 처음으로 유로존 주변부 시장으로 전염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험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나타내는 안전자산 독일 국채와 유로존 남부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간 격차인 스프레드는 이날 큰 폭으로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9월 중반까지만 해도 2.5%포인트를 밑돌았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와 독일 10년물 국채간 수익률 격차는 18일과 19일 3.2%포인트 안팎까지 벌어졌다.

같은 기간 1.0%포인트를 조금 넘던 스페인 국채 스프레드는 1.3%포인트로 벌어져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달 전 1.4%포인트로 안정돼 있던 포르투갈 국채 스프레드 역시 1.6%포인트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이 적자재정 예산안을 발표한 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급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스페인,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18일을 고비로 동반 상승세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제이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라이언 마이어버그는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하강 위험에 집중하면서 지난 이틀간 (위기가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어버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재정이 탄탄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이같은 '퍼펙트스톰'으로 인한 국채 수익률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들(스페인, 포르투갈)은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충격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공공부채는 GDP의 130%정도로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2위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이탈리아가 EU집행위와 계속된 충돌로 정권 출범 초 우려했던 것처럼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취약한 유로존 남부 국가들 역시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여전히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마이어버그는 "최근 채권시장 흐름은 유럽의 분할을 예상한 움직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이탈리아와 EU 간에 예산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당분간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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