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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권력이 한은 독립성 훼손하는 일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2 16:54

수정 2018.10.22 16:54

朴정부 금리개입 메모 나와.. 文정부도 한계 넘어선 안돼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2일 "박근혜정부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내용이 적힌 메모를 공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감사에서다. 메모에는 '금리인하' '한은' '한은총재' 등 금리인하에 개입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메모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재임 중 회의 내용을 수첩에 기록한 것이다. 당시 한은 총재는 이주열 현 총재였다. 이 총재는 박근혜정부 시절 5회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한 달 전후에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금리인하 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안 전 수석은 '5-24-15 VIP-2'라는 소제목 아래 '성장률 저하, 재정 역할, 금리 인하, 한국은행 총재'라고 적었다. 한은은 그로부터 18일 뒤인 6월 11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안 전 수석과 금리를 협의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금통위원들에게 정부 뜻을 전달하거나 협조를 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한은은 정부의 압력을 못 이겨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판단으로 금리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 2014년 8월 14일자 메모에는 '한은은 독립성에만 집착'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한은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드러난 정황들로 보면 금리 결정에 박정부가 개입하고 한은이 용인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우리는 당시의 금리인하 결정 자체를 잘못된 선택으로 보지는 않는다. 금리인하가 시작된 2014년은 경제가 심각한 불황 국면이었음을 감안하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그 방식과 절차에서 한은 독립성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가 금리 결정에 더 이상 배 놔라 감 놔라 해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도 이 점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이어 했다.
원론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하지만 한은은 압력으로 느꼈을 것이다.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한은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한은 독립성을 스스로 지키지 않을 때 이를 대신 지켜줄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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