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중국 IT기업의 딜레마

이른바 '폭스바겐 게이트'로 불리는 디젤엔진 성능 조작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환경청(EPA)은 "폭스바겐 차량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는 차량 테스트 환경을 인식해 인위적으로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조작했다. 핸들을 돌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차량주행이 이뤄지는 경우 배출가스가 확 줄어든다. 실제 주행하는 상황에선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아 배출가스가 더 많이 나온다. 이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은 당시 1100만대에 달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독일, 영국, 한국 등 대부분의 수출국가에서 조작 검증을 받았고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에 걸렸다. CNN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지금까지 물어낸 벌금은 자회사 아우디 벌금을 포함해 총 282억유로(약 37조원)에 이른다.

폭스바겐 게이트의 영향으로 독일차 업체들은 일제히 디젤차종 생산을 줄이는 추세다. 친환경 기술로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폭스바겐 게이트와 비슷한 행태가 IT업종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엔 스마트폰 벤치마킹 조작 사태가 대표적이다. 중국 IT업체 화웨이는 스마트폰 P20프로와 P20, 아너플레이 등의 제품 벤치마크 성능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벤치마크업체 아난드테크가 제기한 의혹은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조작 패턴과 닮았다. 스마트폰이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을 인지해 성능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인지하면 내부 소프트웨어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전력을 몰아준다. AP가 평상시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왕청루 화웨이 소비자비즈니스그룹 부문장은 지난 8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서 이 조작 논란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도 그렇게 하는데 화웨이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최근 오포와 비보 역시 벤치마크 조작 리스트에 올라온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성과에 집착해 과감히 성능을 조작하는 행위가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