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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판문점·평양선언 비준 논란 정국 최대 이슈 급부상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3 16:41

수정 2018.10.23 16:41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임종석 비서실장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임종석 비서실장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가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심의·의결한 뒤,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없이 비준을 강행하면서 정국이 크게 들끓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의 법적 근거를 법제처 유권 해석에서 찾고 있어 법제처도 또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휘발성 높은 이번 싸움이 향후 여야 협치관계 등 정국에 옮겨붙을 경우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선후 뒤바뀐 비준안 논쟁..정국 뇌관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대략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달걀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쟁점은 남북 정상간 포괄적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 비준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세부내역이라고 할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처리한게 적절한지 여부다.

통일부 유권해석을 의뢰받는 법제처는 답변에서 "필요치 않다"고 해석 했다.

평양 공동선언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성격이 강하고 이미 판문점 선언이 국회 동의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군사 분야 합의서도 법제처는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갖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 부분에선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동의 여부는)국회에서 법률이 바뀔 사안인지 재량 만으로 바뀔 사안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법제처 해석이 옳다고 했다.

반면에 단국대 장철준 법학과 교수는 "법적 기반이 조성이 되야 정당성이 있을 것"이라며 "비준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당분간 이를 둘러싼 지루한 법리 논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靑 비핵화 속도전..野 "독선과 전횡"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아침 회의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더욱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간 세부 쟁점 협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사안의 신속성· 중대성을 감안하면 선후가 뒤바뀌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발표 이후 정치권은 크게 사분오열됐다. 보수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입법부를 제외하고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국회 패싱행위냐"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비준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뒤에 있는 평양공동선언 등을 비준해서 가는 건 문제"라고 했다. 반면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정쟁의 대상이 되선 안된다"며 원칙적 찬성론을 폈다.

정국이 이처럼 난마처럼 얽키면서 향후 구체적인 남북간 교류 방안 등에 대한 국회 및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도 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을 대상으로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했으나 이같은 점이 모두 생략되면서 오히려 국회에선 각종 협조가 제동이 걸리게 생긴 것이다.

■국회 패싱 논란 불가피..정국 급랭 조짐
이번 사태는 사안의 정치적 중대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또다른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된다. 바로 입법부 경시 논란이다.

야권에선 이번 사태가 국회를 바라보는 그동안의 청와대의 입법부 경시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남북문제 등 외교현안에선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국내 정치에선 그동안 야당과의 갈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매듭이 풀리지 않으면서 정치적 사안마다 국정운영의 발목이 잡힌 건 물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감 첫날이던 10일 국회를 겨냥해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 일로 국감은 초반 이틀간 몸살을 겪어야 했다.야당에선 국감을 받아야할 피감기관의 대표인 대통령이 국회를 겨냥해 선전포고를 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이같이 중요한 국면에선 청와대와 야당을 설득해야 할 여당의 역할이 늘 부재한 점도 비판받아야할 대목으로 꼽힌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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