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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지엠 해법, 이동걸 산은 회장에 맡겨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3 17:24

수정 2018.10.23 17:24

국감에서 ‘분할’에 소신 답변..권한 주고 결과에 책임 묻길
지엠 사태가 또 불거졌다.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R&D) 분야를 따로 떼어내는 문제를 놓고 노사가 맞섰다. 지난 5월에 회생 로드맵을 내놓은 지 다섯달 밖에 안 됐다. 지긋지긋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미국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였다.
노조는 회사야 어떻게 되든 말든 또 파업 카드를 꺼냈다. 2대 주주(지분율 17%)인 KDB산업은행은 영 미덥지 못하다.

이 마당에 정치가 또 나섰다. 22일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지엠의 '먹튀'를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을 오는 29일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국회가 나서면 지엠 사태가 잘 풀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지난 봄에도 지엠 본사 간부들이 국회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이후 산은은 공적자금 8100억원(7억5000만달러)을 투입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경쟁력은 여전히 바닥을 긴다.

우리는 정치 대신 산은이 협상의 전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한다. 산은이 믿음직해서가 아니다. 산은은 지난 봄 협상 때 '지엠 테크니컬 센터 코리아' 설립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었다. 그럼에도 산은을 내세우는 것은 고육책이다.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산은 밖에 없다. 2대 주주이자 국책은행으로서 공적자금, 곧 국민의 세금을 회수해야 할 의무도 있다. 그러려면 회사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현실적인 판단도 경청할 만하다. 22일 국감에서 이 회장은 여야 양쪽에서 공격을 받았다. 그는 "법인 분할에 대해 좋다 나쁘다 예단할 필요가 없다,"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 분할에 찬성한다," "'먹튀'는 근거 없는 논쟁이다," "노조는 파업이 아니라 생산에 복귀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의원들은 '지엠 대변인' 같다고 꼬집었으나 곱씹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일했다. 노무현정부에선 인수위에 참여한 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누가 봐도 문재인정부와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이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인물이다.

산은은 지엠 편도 아니고 노조 편도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국민경제 편이다.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살고 세금도 아낄 수 있다. 종래 산은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침을 받아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다.
이동걸 회장은 소신파다. 이번에야말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의 야전사령부답게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책임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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