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를 묻다.. 한국이 답하다]

'반려견=가족' 인식 자리잡아…'동물보호법 개정' 움직임

<상> 도사견, 아직도 음식으로 보이나요?
국제행사 때마다 개농장 실태 집중 조명.. 세계적 질타
"동물보호법 개정안, 보신탕 금지법으로 오해받아 외면
생명존중 취지에서 출발해 위생보건 등 한발씩 나아가야"

서울 여의도의 한 쇼핑몰에서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지난 7일 '도사견은 식용견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연일 보도하면서 보신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셌다. 미국 내 동물보호단체까지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들어갔다. 급기야 국회에선 개식용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6월 발의됐다. 하지만 국내 육견단체들은 전통문화 간섭 그리고 '농민 죽이기'라며 국회 앞을 점령하고 지난 9월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파이낸셜뉴스는 동서양 문화충돌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먼저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반려동물 전문기자가 미국 현지 동물보호단체 및 동물보호 사회운동가들을 만나는 '동물의 권리를 묻다 LA편' 5회 시리즈를 게재했다. 이어 우리나라 개식용 현실을 짚어보기 위해 '동물의 권리를 묻다, 한국이 답하다' 시리즈 상.중.하를 추가 기획한다. <편집자주>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쇼핑몰에선 푸른눈의 외국인들이 한 무리의 도사견을 이끌고 와 쇼핑객들에게 소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미국의 동물보호 공익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HSI)이 주도한 것이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HSI는 한국 식용견 농장에 가장 많은 견종 중 하나인 도사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HSI는 도사견이 충직한 반려동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영국 TV쇼 '굿모닝 브리튼' 진행자인 필리파 톰슨 등과 함께 이날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HSI의 캠페인 매니저인 롤라 웨버는 "많은 한국의 쇼핑객들이 도사견을 실제로 본 것이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많은 쇼핑객들이 도사견이 똑똑하고 다정한 개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대가 있는 시민들도 이런 캠페인을 통해 오해하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국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HSI는 한국의 개농장 폐쇄에도 관여해왔다. 지금껏 10여곳의 한국 개농장이 HSI의 설득으로 문을 닫았다.

■국제행사 때마다 거론되는 개식용

도사견은 일본의 도사(현 고치현) 지방에서 투견을 목적으로 탄생시킨 품종이다. 투견이 성행하던 일본의 19세기 무렵, 일본 품종의 투견들이 번번이 서양의 마스티프 견종에게 패배를 당하자 일본의 토착견을 교배해 투견 품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사견은 식용견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많은 개농장에서는 도사견을 식용 목적으로 길러 도살·유통하고 있다.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의 '도사견=식용견'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에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도살을 위해 길러지는 식용견 사육농장이 전국에 1만곳을 넘고 매년 200만마리가 식용으로 도살된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식용을 반대하는 각종 시위와 퍼포먼스를 통해 인식개선 등에 나서는 가운데 이들 행사에 해외 동물보호단체는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이런 개농장의 현실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해외 언론의 뉴스거리가 됐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USA투데이 등 각종 매체들이 한국의 개식용 농장을 전 세계에 보도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를 '음식'이 아닌 '반려견'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개고기 음식점도 상당수 문을 닫고 있다. 한국의 개식용 인구가 1%도 되지 않지만 한국이 글로벌 방송과 해외 동물보호단체의 타깃이 되는 이유는 바로 개농장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기업화된 개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거대 국제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됐다.

국회에선 해묵은 개식용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에 나서고 있지만 앞길이 순탄치 못하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지난 6월 21일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체상태에 놓여 있다. 이 법이 보신탕 금지법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여론조사에서 힘을 받지 못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동물보호법 개정안 난항

표 의원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보신탕 금지법이라고 잘못 알려지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5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만약에 개와 고양이 등의 생명에 대해 불필요하게 잔혹하게 살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개식용 인구는 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나온 것은 여론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위생, 생명존중, 보건 등의 기준에 맞춰 한 단계씩 나가다 보면 개식용 산업이 위축되고 업종 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시간문제이지 결과적으로 보신탕은 할 수 없게 되겠다는 메시지를 줘 자연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 배경에는 1% 미만의 개식용 인구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받는 보이지 않는 차별 문제도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750만명에 달하는 해외동포와 26여만명에 달하는 젊은 유학생들이 국내 소수의 개식용 인구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표 의원의 생각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