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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정규직 제로’라더니 알바 양산은 뭔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4 17:28

수정 2018.10.24 17:28

모순에 빠진 일자리 정책 땜질보다 근원적 해법을
정부가 24일 또 일자리대책을 내놓았다. 제목이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다. 혁신성장 부분은 평가할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부분은 맹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자리대책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연내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두세 달짜리 알바 수준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5300명), 생활방사선(라돈) 측정(1000명), 산불·전통시장 화재감시(1500명) 등이다. 반듯한 일자리는 거의 없고 월급을 주기 위해 억지로 일거리를 만들어 떼어주는 것들이다. 일자리대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실업자와 빈민 구제대책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문재인정부 일자리정책이 총체적 모순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안에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정부가 불과 2년도 안돼 두세 달짜리 초단기 공공일자리를 5만9000개나 만들겠다고 한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는 것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아닌가.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불공정을 없애겠다는 정신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와는 별도로 날로 악화되는 고용 상황을 감안하면 임시방편에라도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나는 정책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은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이상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것은 시장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땜질 정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 전력투구하고 있는데도 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그 원인은 정부주도형 일자리정책에 있다. 고용의 주체는 민간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하는 정책은 공공부문 위주로 짜여 있다. 일자리정책을 민간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

고용시장에서 정부 역할은 민간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자, 공정한 관리자에 그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대책에 숙박공유 허용 확대 등을 포함시킨 것은 긍정적 변화다.
땜질 정책이나 일자리 분식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혁신산업 규제를 푸는 일에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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