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BJ가 누구?" 미미한 김병준 존재감

정치인이 영문 이니셜로 불리는 것은 꽤 의미가 크다.

한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JP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부터 MB로 불리면서 당시 최고 권력자의 면모를 뽐냈다. 집권 초기 촛불집회로 MB란 표현이 희화화됐으나 이니셜 약칭은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여의도 정가에서 SD로 불리며 한때 위세를 떨쳤다. 같은 시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계에선 SD로 불렸으나, 몇몇 정치권 관계자들은 SD란 이름이 다른 분야에서도 통용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영문 이니셜이 부여되지 않는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원내대표, 새누리당 대표 등을 지내면서 무성대장의 약칭 '무대'로 불렸지만 김 의원은 MS로 불리길 바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늘 무대로 부른다.

정치인 외에도 기업이나 단체 내 주목할 만한 인물들에도 영문 이니셜을 부여해 직원들끼리 통용한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용히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에 들어오기 전 김 위원장을 측근들은 BJ라고 불렀다.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냈고 부총리까지 지냈으니 그들에겐 충분히 BJ라 불릴 만하다. 발음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김 위원장을 BJ라고 부르는 이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당내에서 BJ라고 말하면 "누구?"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김 위원장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 등 복당파들이 당을 이끌고 있고, 주요 과제인 인적쇄신은 전원책 변호사에게 맡기면서 그동안 비대위가 준비하려 했던 계획들은 캐비닛 안으로 사라질 판이다. 계획들이 나온다 해도 관심 밖이다.

화려하게 영입했던 전원책 카드는 비대위를 위축시키는 것을 넘어 방향성 설정에 혼돈만 가중시키고 있다.

복당파에선 늘 얘기한다. 김병준 위원장이 만만치 않은 분이라고. 다들 인정한다.
그러나 거대담론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과 계파 간 갈등을 잠시 누그러뜨린 것 외에는 김 위원장 역시 쉽게 잊혀졌던 역대 비대위원장들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단순히 김 위원장의 존재감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당 혁신을 이끌 리더가 될지, 당의 파국을 막는 관리자로 남을지 김 위원장의 선택이 필요한 때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