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개도국 농업 개혁, 한국의 역할

10월 24일은 6·25전쟁에 유엔군이 참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73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유엔의 날이다. 연합국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은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며 '복구하는 데 100년 이상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누구도 그의 발언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고 한다.

휴전 이후 국제사회는 한국의 전후 복구를 돕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약 120억달러를 지원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도움에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근면성을 더해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2009년 11월에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이는 아직까지 '원조를 받는' 국가가 '원조를 주는' 국가로 바뀐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국제사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획기적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경우는 매우 드물며,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혼자 힘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에 부딪혀 선진국들의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유엔은 국가 간 협력을 위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수행할 17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선정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방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 농업부문은 이전의 단순한 기술 이전과 인프라 지원을 넘어 농산물의 생산·조달부터 유통·판매, 금융지원, 인프라 구축에 이르는 종합적인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과제의 하나로 '농업협동조합 육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농협도 개발도상국 협동조합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기관으로 매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협동조합 임직원을 초청해 선진 농업과 협동조합의 역할을 교육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협동조합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미얀마, 몽골 등과 협력해 농축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ODA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우간다, 카메룬 등 7개 개발도상국의 고위공무원과 협동조합 직원 14명을 대상으로 '금융협동조합 운영역량강화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1960년대 우리 농촌에 만연해 있던 고리채 해소부터 농산물 유통혁신 등 한국 농협의 성장과정과 사업추진 방식을 알려주고, 실제 한국 농협이 운영하는 금융과 유통 사업장을 보여주고 있다. 방문한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짧은 방문기간 동안 하나라도 더 담아가려는 의지가 느껴졌으며, 연수가 끝날 무렵에는 저마다의 국가농업발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어려웠던 시기에 한국의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눈물겨운 희생을 생각하니, 한국 농협이 어려운 국가의 농업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 농협은 지난 50여년간 매출액 기준 세계 제3위의 협동조합으로 성장해오면서 축적해온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소중한 경험은 현재 개발도상국이 농업분야에서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 농협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헐벗은 농촌을 성장시킨 우리만의 경험을 60∼70%의 인구가 농업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6·25전쟁 이후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공적원조에 보답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