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네거티브 규제 없이 혁신성장 못한다

길에 서서 손을 흔들어 잡던 택시를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르는 것'으로 바꿔놓은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를 준비하던 카카오는 애플리케이션(앱) 미터기를 활용한 자동결제 서비스를 수익모델로 구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택시에는 반드시 미터기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법 때문이다. 법에서 미터기의 탈부착 여부를 규정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앱 미터기를 활용해 택시에서 자동결제는 물론 단골택시 지정하기 등 편리한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규제 체계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허용하는 것들을 법에 적어두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친다. 이 규제체계가 우리나라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이다.

최근 암호화폐거래소 지닉스가 암호화폐를 투자받아 펀드를 구성하고 판매한 것이 논란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펀드를 만들기 전에 금융당국에 펀드를 등록하고, 투자설명서를 심사받고, 운용사도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지닉스의 암호화폐 펀드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금융당국은 아직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규정을 내려주지 않았다. 암호화폐를 현금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해야 하는지도 잣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는 암호화폐 담당부처도, 담당자도 없다.

누구를 찾아가서 암호화폐 펀드를 등록하고 심사받으라는 말인가?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를 투자받는다고 하면 금융당국은 이를 어찌 심사했을까? 또 등록·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 정부 등록서류 기다리는 동안 회사는 유지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의 큰 흐름이고,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외치는 것이 대통령의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규제체제부터 정비해야 한다. 당장 불법이라고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바꿔줘야 한다. 과거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혁신이니, 포지티브 규제로는 죽었다 깨도 혁신성장 못한다.

규제의 틀을 바꿔주면 창업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줄을 섰다.
일자리도 이를 통해 늘려야 한다. 공유경제, 스마트 교통, 원격의료…. 그동안 규제 때문에 놓친 혁신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블록체인 산업에서라도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원포인트 규제개혁이라도 해야 한다.

jjoony@fnnews.com 허준 블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