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고장난 한국 車, 노사가 뭉쳐야 산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6 17:39

수정 2018.10.26 17:39

현대차 영업익 어닝쇼크.. 정의선 부회장 역할 기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엔진이 식고 있다. 맏형 격인 현대차부터 1·2·3차 납품업체들까지 시름시름 앓는다. 지난 3·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2889억원)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6%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은 117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7% 줄었다. 쌍용차는 7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적자투성이 한국지엠은 회사 분할을 놓고 노사가 또 맞붙었다.
납품업체들은 더 죽을 맛이다. 부품사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정부에 3조원 넘는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누가 봐도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정상이 아니다.

부진을 초래한 원인은 많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일삼았고, 미·중 통상마찰로 수출 환경이 나빠졌다. 환율도 한국에 불리한 쪽으로 움직였다. 더 깊이 캐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닿는다. 현대차 직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효율성은 도요타 같은 경쟁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한다. 사실 이런 악조건 아래서 현대차가 여태껏 버틴 게 용하다.

현대차는 노사 모두 각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구글은 웨이모(Waymo)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다. 유튜브에서 웨이모를 검색해 보라. 자율주행차가 먼 미래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차는 소유에서 공유 개념으로 바뀐다. 머잖아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 대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어떤 자동차 회사도 살아남기 힘들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노조도 회사라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연봉 올려달라고 파업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상대로 미래 생존전략을 내놓으라고 졸라야 한다.

현대차가 어떤 회사인가. 1975년 첫 모델 포니를 내놓자 세상이 조롱했으나 정주영 창업주는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2대 정몽구 회장은 싸구려 이미지를 털고 현대차를 메이저 회사로 키웠다. 그 뒤엔 국민들의 애국심도 한몫했다.
이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나설 차례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한 세기 만에 최대 격변기를 맞았다.
현대차 노사가 똘똘 뭉쳐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