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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증시 ‘외국인 놀이터’에서 벗어나야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6 17:39

수정 2018.10.26 17:39

[여의도에서] 증시 ‘외국인 놀이터’에서 벗어나야

여의도 증권가서 유행인 놀이가 있다. 이른바 사물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물놀이는 아니다. 꽹과리와 장구, 징, 북 등을 두드리면서 신명나게 노는 놀이가 아니라 '사면 물리고, 놀면 이득이다'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이달에만 10% 넘게 하락했다. 특히 특히 개인투자자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말 그대로 폭락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사물놀이'다. 주위 전업투자자인 개투(개인투자자) 뿐 아니라 매미(매니저출신 투자자), 애미(애널리스트출신 투자자) 등 주식을 사는 사면 순식간에 하락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분위기가 담겨져 있는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바로 외국인 매도세가 가장 크다. 외국인은 올들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6조원와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주식을 팔고 있다. 특히 이달에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0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770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이 올해 매도 물량 중 3분의 2가량을 이달에 집중 매도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매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도 과정에서 개인을 꼬셔 주식을 떠안게 만드는 모습이 종종 나타나 편치 못할 뿐이다.

이달 초 주식시장은 '전강후약'의 모습을 보였다. 오전에 상승하고 오후에 급락하는 패턴이다. 외국인은 개장 초 주식을 매수하는 것처럼 매수 우위를 보인다. 지수 역시 상승으로 출발하자 개미군단도 상승인 줄 알고 매수에 나선다.

그러나 개장 30분 후 외국인은 매도에 나선다. 지수도 금세 하락한다. 뒤늦게 따라나선 개미들은 고스란히 물량만 떠안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이달 빠지지 않고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를 골탕 먹이고 있다. 마치 외국인은 뒤따라 오는 개인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보면서 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외국인이 먼저 사고, 먼저 매도하는 만큼 한 발 늦은 개인투자자는 수익이 나더라도 '찔끔'이고, 손실은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에게 크게 휘둘리면서 대한민국 증시가 외국인의 'ATM기' '놀이터'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다만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현재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매도를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발표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불필요한 자료가 너무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과 같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자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필요한 자료 공개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동만 줄 수 있고 오히려 돈 많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개인투자가가 악용될 가능성이 커서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이 외국인 매도 매수에 질질 끌려다니는 현상은 적어져 '놀이터'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매수, 매도를 분석하기보다 자신만의 투자법을 수립해 뇌동매매하지 않는 것이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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