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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도 못 건 공유경제] 해외선 차량공유·택시 공생 모색… 국내선 규제로 갈등만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8 16:51

수정 2018.10.28 21:22

정부 정면돌파 의지에도 불구 택시업계와 갈등 등 첩첩산중
해외 택시기사 처우개선 중점.. 숙박은 일수제한해 갈등 해소
[시동도 못 건 공유경제] 해외선 차량공유·택시 공생 모색… 국내선 규제로 갈등만

"신산업을 우선 허용하되, 해외사례를 참고해 부작용을 대비해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지난주 열린 공유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의 핵심이다. 정부도 연내 답보 상태에 있는 교통·숙박 분야 등 공유경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해외 각국의 도입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각국은 교통 분야에서 승차공유를 허용하면서도 택시업계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숙박 분야는 도시별로 규정이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허용하되 숙박일수를 제한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여건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골이 워낙 깊고, 관련 법도 국회에 수년째 계류 중이어서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기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규제에 발목 잡힌 공유경제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플랫폼을 통한 교통·숙박 공유는 규제 걸림돌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 분야는 원칙적으로 자가용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 예외적으로 카풀은 허용한다.

수년 전 공유경제 플랫폼을 가진 글로벌 기업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지만 논란 끝에 철수했다. 이후 출퇴근 카풀만 중개하는 풀러스, 럭시, 우버셰어 등이 영업 중이다. 플랫폼기업 중 '풀러스'가 24시간 중 출퇴근 시간을 선택·운행하는 서비스를 도입하자 카풀의 불법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카풀 반대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정부 입장에선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다.

이를 겨냥한 듯 김 부총리는 "공유경제라는 큰 흐름에서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불모지로 인식되고 있는데, 정면돌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정부대책은 '신교통서비스 활성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및 지원 확대' 등 추상적 대책만 담겼다. 추가 대책은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김 부총리 주재로 공유경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에 택시업계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규제개혁 논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을 상대로는 영업을 하고 있지만 숙박업계의 반대로 내국인은 도시지역 주거시설에서 집을 빌려주거나 빌릴 수 없다. 정부는 숙박공유 규제 완화의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사안인 데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풀어야 해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안'(지역특구법)이 통과됐지만 도시 내국인 숙박공유 허용안은 제외됐다. 결국 내국인을 상대로 도시 지역 내 숙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만 국회에 2년째 계류 중이다.

■해외 교통·숙박은 맞춤 지원

해외 각국에서 공유경제는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세계 공유플랫폼 규모는 지난 2017년 186억달러에서 오는 2022년 402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과 도시들은 저마다 지역 실정에 맞는 방법론을 도입했다. 교통분야의 경우 미국 매사추세츠주와 호주 NSW주는 서비스 이용 시 승객에게 일정 금액을 징수하고, 택시산업도 별도로 지원한다. 중국은 자가용 유상운송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제도개선을 통해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해준다. 핀란드는 택시면허 내 우버 운행은 허용하되 택시면허 종량규제를 폐지했다. 택시요금도 자율화했다.

일본은 택시업계의 자발적 서비스 제고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일례로 전국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택시 배차 및 사전결제 도입, 합승서비스 지원 등이다.

숙박 분야는 국가별·도시별 규정이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허용하는 추세이며, 숙박일수는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내·외국인 간 이용을 차별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주인 거주 시 일수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연 90일이다. 뉴욕 역시 주인 거주 시 일수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불가능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주인 거주 시 일수제한 없이 가능하고, 전체 대여는 연 60일이다. 런던은 연 60일, 프랑스 파리는 연 120일, 일본은 연 180일 등이다. 전문가들의 정부의 적극적은 역할을 주문했다.
지난주 열린 김 부총리와 공유경제 업계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공유경제, 디지털경제, 플랫폼경제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조금 늦긴 했지만 정부가 나서 공유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언젠가는 후배 관료가 해야 하는데 내가 책임지고 매듭을 짓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이해관계자 간 충돌도 생산적으로 마무리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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